같이의 가치란

3부. 같이살이 : 혼자이지 않은 삶

by 칠일공


사람은 누구나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유형 검사의 경우에도 16가지나 되는 유형으로 나누어져 있는것을 보면, 사람에겐 수많은 성격이 존재한다.


나의 경우 온전히 혼자만 있는 개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래 전부터 누군가와 함께인 시간이 때때로 힘들었다. 최근에는 아예 그런 순간이 싫어지는 수준까지 와버렸다. 원래 내성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에서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 보니 그 성향은 무럭무럭 자라나 버렸다.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전혀 만나지 않고 몇 개월을 보내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한몫했다. 이제 팬데믹은지나갔지만, 여전히 나는 외부와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남편은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이다. MBTI 유형 역시 나와는 상반된 기질로 나왔다. 일부 공통적인 것도 있었지만 큰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남편은 외향적이고 리더의 기질이 강하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를 찾는 사람도 많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남편과의 시간을 보내려면 미리 예약해야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신혼 초에 남편의 출근 시간을 제외하고 우리는 매시간 함께했다.

주로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주말엔 온종일 영화를 보거나, 시사 프로그램, 뉴스, 유튜브를 시청한다. 평소 몸 쓰는 일을 하는 남편을 배려해 주말 데이트를 권유하지 않지만, 실은 집순이인 나를 위한 집콕이기도 하다. 남편도 주말 하루 정도는 쉬어주어야 주중의 근무를 무탈히 할 수 있기에 하루 종일 쉬면서 체력을 정비한다. 휴대폰도 멀리 내버려둔 채 그저 소파에 꼭 붙어 앉아 떨어질 줄 몰랐다. 생각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남편이 집에 있는 날이나 주말에는 무조건 남편과의 시간을 보내려 했다. 약속이 생기면 다른 날로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도 했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있지 않으면 상대가 서운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이어갈수록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따로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서운해하지 않을 줄 알아야 먼 미래를 봤을 때 우리의 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애주가지만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남편은 지인과 만나는 술자리에 내가 동행하길 바랐다. 처음에는 그 자리가 어색해 부담스러웠지만, 어느 정도 안면을 튼 다음엔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남편의 모임에 동행했지만, 요즘에는 남편만 보내게 되었다. 남편이 외출함과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도 얻게 되니 나로서는 의도치 않게 일석이조가 된 셈이다. 서로를 위한 과도한 배려로 처음엔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신혼을 지나 결혼 4년 차로 접어든 지금은 서로의 부재가 제법 자연스럽다.


남편이 외출할 때면 나는 개인 시간을 활용해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고, 내가 외출하면 남편에게는 회사나 모임, 그리고 나의 존재로 인해 집에서도 누릴 수 없었던 남편 혼자만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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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부부는
같은 공간에서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따로 또 같이를 연습 중이다.




각자 휴대폰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안방에서 낮잠을 자고 누군가는 소파에서 혼자 TV를 보기도 하면서 한 공간에서 각자의 주말을 보내본다. 어쩌면 ‘같이’란 반드시 함께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어디서 무엇을 하든 우리는 늘 ‘함께’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인식할 때 더욱 ‘가치’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결혼 4년 차, 이제 우리 부부는 모든 것을 같이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풋풋한 신혼부부에서, 서로의 독립적 생활을 존중하며 이제는 같이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서로의 존재가 당연한 중년의 부부로 성장하는 중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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