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같이살이 : 혼자이지 않은 삶
“딸기를 팔길래 당신 생각이 나서 사 왔어.”
남편은 혼자 외출에서 돌아올 때면 종종 과일을 사 오곤 한다.
집에서 혼자 저녁을 먹은 나에게 미안한 마음에, 후식이라도 함께 먹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게다가 우리 부부는 과일을 무척 좋아했다.
특별한 날에는 꼭 딸기를 사 온다.
결혼기념일, 생일 같은 즐겁고 행복한 날. 가끔 부부 싸움을 했을 땐 화해의 의미로 사 오기도 한다. 어느새 딸기는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과일이 되어 있다.
어느 겨울밤 우리 부부는 에어프라이기에 고구마를 구웠다. 그리고 이내 군고구마의 껍질을 벗기기 바쁘다. 그것은 껍질을 벗겨 서로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분주함이다. 뜨거운 껍질에 손을 데어 가며 경쟁하듯 껍질을 벗겨낸다. 각자 반을 나눠주면 어차피 같은 양인데도 우리는 굳이 반대로 바꾸어 먹었다.
우리가 나눠준 것은 고구마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고구마 하나로도 그저 따뜻한 겨울이다. 고작 딸기 하나, 고구마 하나에도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서로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 덕분일 테다.
사랑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내가 남편에게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측은지심’이었다. 연애 시절부터 느꼈던 ‘이상하게 짠하고, 안쓰러워 보이는’ 그런 감정. 이런 마음이 과연 사랑인 걸까 늘 궁금했는데, 엄마는 측은지심은 모성애의 감정이고 모성애 또한 사랑의 한 종류라는 해답을 주었다. 부부로 평생을 살아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엄마 역시 자식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라고. 20대에 그걸 느꼈다면 아마도 그때부터 너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했으리라고 말이다.
남편이 나에 대해 느끼는 사랑은 어떤 건지 궁금해졌다. 남편은 딸을 키우는 마음 같다고 말했다. 남편이 느끼는 사랑 또한 부성애였나 보다. 자녀가 없는 우리 부부가 서로를 모성과 부성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이 또한 사랑이기에, 그저 사랑받음에 감사하다.
우리는 그 사랑이 그린 세상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연인으로, 부부로, 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둘만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
당신의 사랑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