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슐리 Nov 05. 2024

상실에 필요한 시간

아빠가 꿈에 나왔다. 

돌아가신지 2주 만이다.


여전히 실감나게 구박을 해댔다. 

무의식은 아직 더 필요한가 보다.

아빠의 상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생애에 걸쳐 아빠에게 느꼈던 감정 대부분은 부정이었다. 

아빠는 사랑과 행복, 감사 따위를 표현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를 괴롭게 했고, 힘들게 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랬고, 주관적으로 생각해도 그랬다. 


그 고통은 누구 하나가 사라져야만 해결된다고 여겼던 적이 있다. 

아빠가 사라지고 나니 그에 대한 죗값을 톡톡히 치르는 기분이다. 


누구보다 힘들었을 아빠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언제쯤 이 상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될까, 그런 날이 오긴 할까.


그날이 오든 오지 않든 간에,

사랑과 행복, 감사를 힘껏 누리며 살 것이다.

아빠의 죽음과 맞바꾼 삶의 제 1원칙이다.

작가의 이전글 전업맘과 워킹맘 사이, 그 애매한 어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