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르멘 Apr 17. 2024

나의 치트키

내게 강 같은 평화가 흐르게 해라


오늘은 나의 치트키를 소개해볼까 한다.


누군가의 보호자로 살며, 누군가의 의식주를 챙겨주며

나 자신의 삶도 이끌어나가야 하는 모든 이에게 살짝쿵 도움이 되길 바라며.


치트키의 핵심은,

노력과 시간의 최소화를 통해 내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흐르게 하는 것.


친절한 말은 기초대사율 높은 몸에서 나오며,

상냥함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여유로움에서 나온다.


 01. 아침밥 치트키  


나는 아직까진, 클래식한 엄마라서 적어도 두뇌가 성장하는 시기까지는 아침을 챙겨 먹이자 주의다.

(뇌 관련 서적에 의하면 뇌는 중고등학교 때까지 시냅스가 발달한다)


특히나 어린아이일수록 뇌뿐 아닌 신체의 성장도 진행되므로 세끼 중 한 끼라도 빠뜨릴 순 없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아침밥을 안 먹겠다 주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게 강 같은 평화를 지키는 일이 되겠다)


아무튼 나는 고지식한 엄마이므로 일단 아침밥을 차린다.


월수금은 어린이집 아침 간식이 과일이기 때문에 밥과 반찬을 차리고,

화목은 죽이나 시리얼 등 아침 대체식이 나오므로 보다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은 간단한 아침 치트키인 멸치, 치즈, 김을 준비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짭조름한 멸치에 밥을 섞어주면 잘 먹고,

치즈와 김은 남녀노소 좋아하는 메뉴니 성공확률이 높다.


나는 이모두를 섞어 김밥을 만든다.

걱정 마시라. 진짜 전통김밥을 말 생각은 1도 없으니.


도시락김으로 나온 조미김 1봉, 치즈 1장, 멸치볶음 약간만 있으면 된다.


밥을 조금 식혀놨다가(밥의 열기로 김이 눅눅해지는 걸 최대한 막으려고)

멸치볶음을 섞고

도시락 김 한 장에 멸치볶음밥을 절반 올리고

김 끝자락에 치즈를 먹기 좋게 잘라 놓는다.

그리고 그냥 말면 된다.


아이가 작다면 가위로 반으로 자르면 딱 한입크기로 먹이기도 쉽고 스스로 먹기도 편하다.


멸치와 김, 치즈에는 칼슘이 많아 성장기 아이를 위한 칼슘 3종세트라 부를 수 있겠다.


나 같은 요리똥손이 이런 칼슘김밥을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은 5분 남짓이다.


만약 이마저도 사치라면?

미리 만들어놓은 죽이나 수프를 먹이는 게 좋은데 나는 밤수프를 추천한다.


내가 밤수프를 아침 치트키로 쓰는 이유는 밤이 완전식품이라서다.

밤에는 5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이 다 들어가 있다.

(고백하자면 이런 걸 알고 시작한 건 아니고, 그냥 반찬쟁이 아들에게 고열량 탄수화물을 먹이려고 생각하다 찾았다)


아무튼 열량이 높고 단백질 함량이 많아서 아침에 든든히 먹이면 엄마 마음도 든든하다.

그리고 위와 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고 해서 특히 아침식으로 추천한다.


밤을 미리 삶고 믹서기에 우유와 함께 간 다음 기호에 따라 치즈를 넣어 뭉근하게 끓여두면,

보통 시중에 파는 밤 1 봉당 3그릇 정도의 양이 나온다.

냉장이나 냉동보관하면 일주일에 2~3끼는 밤수프만으로도 충당이 되니 요긴하다.


아무튼 우유도 먹이고 밤도 먹이고 1석2조이니 가끔 만들어보시길.

어른이 먹기에도 부담 없고 맛있다.


02. 등원 치트키


"엄마, 오늘 어린이집 가는 날이야? 안 가는 날이지?"


요새 맨날 우리 애가 일어나면 물어보는 말이다.


"가는 날인데"

칼 같은 엄마의 대답에 아이는 심통이 만통.


그럴 때 내가 쓰는 치트키는 아이의 성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소품이나 간식을 활용하는 거다.


먼저, 시간적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소품을 활용한다.

우리 애는 청소하는 걸 좋아해서 아이 전용 쓰레받기와 빗자루가 있다.


청소아저씨 아줌마들이 길에서 청소하는 걸 유심히 보다가 본인도 하고 싶어 해서 사준 건데, 가끔 등원할 때

"우리 청소하면서 갈까?" 하면 "좋아!"하고 신나 한다.


물론 이건 10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혹은 집에서 10분 정도 일찍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만약 후딱 집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예고해줘야 한다.


우리 애는 친구들에게 작은 간식이라도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

아마도 "고마워" 소리를 듣는 게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오늘은 친구들 뭐 줄까?" 하고 스스로 묻기도 하고, 나갈 기미가 전혀 없을 때 내가 거꾸로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본인 간식이 비축된 간식통으로 가서 나눠줄 만한 간식을 찾는다.

가장 만만한 건 비타민, 사탕, 혹은 뻥튀기 정도다.

그럼 그 봉지를 들고 신나게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물론 매일 하면 집안 곳간이 바닥나므로 주의)


결국 아이를 집밖으로 빨리 나가게 할 동기를 아이의 취향에 따라 부여해 주는 게 등원 치트키의  포인트다.


03. 꿈나라행 열차 타기


저녁에 필요한 치트키는 아마도 "잠잘 시간으로의 돌입"일 것이다.


송구하게도, 쓰고 보니 나는 꿈나라행 열차 치트키는 없는 듯하다.  


내게 협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루틴을 지키는 게, 치트키다.


하원하고 약간의 놀이와 간식 후 목욕하기-밥 먹기-또 약간의 놀이 - 책 읽기 - 자러 들어가기.


이게 다다.

가급적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


"이제 잘 시간, 3권만 읽고 이제 자러 들어간다"가 내 마지막 멘트.


그렇게 가장 귀중한 평화까지 도달한다.


아침밥 치트키,

아침을 먹여 성장시키고픈 마음의 꾸준함.


등원 치트키,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과 엄마 모두 집을 나서고픈 마음의 진실함.


꿈나라행 치트키,

밤잠은 루틴의 산물이라는 신념의 강렬함.


내가 치트키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렇게 정리가 된다.


결국은 마음의 일이다.

우선 엄마 마음에 강 같은 평화를 흐르게 할 것.

그로 인해 아이한테까지 그 평화의 강이 흐르게 만드는 것. 


그 마음과 목적을 잊지 않는 한,

우리의 치트키는 무해하며, 무한하다.

이전 13화 자유의 여신은 운동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