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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Apr 10. 2024

자유의 여신은 운동을 한다

워킹맘의 운동본능

"운동 가요? 열심히 하네요~"


점심시간이 시작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 한두 명의 동료들이 물어온다.


직장인들은 저마다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구내식당에 가는 사람,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휴게실에서 먹는 사람, 밀린 일을 끝마치고 늦게 식당에 가는 사람.


시간의 자유만큼 인간에게 중요한 척도가 있을까.

그 자유의 백미가 회사원에겐 점심시간이다.


나에게도 그렇다.


나에겐 유독 더 그렇게 느껴진다.


오늘은 옆팀 차장님이 던진 질문.

여전히 운동을 하느냐는. 참 열심히라는.


"네, 그냥 저한텐 힐링이라서요.

나름 유일하게 저만의 시간이라.."


별말 아닌 말에 내 진심이 전부 담겨서일까, 돌아오는 답변도 와닿았다.


"아 그렇구나, 힐링 잘하고 오세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내가 일주일에 두 번 운동을 가는 건 생존이자 힐링이다.


직장생활도 체력전이고 육아도 체력전이라 체력 없이 두 가지 모두 완수할 수 없기에.

나에게 운동은 생존전략이다.


그럼에도 자유의지 없이 행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


2년 넘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운동이 내 자유의지로 하는 힐링이기도 해서다.


간밤에 아이 때문에 잠을 설친 날에는 매트나 리포머 위에 누워있으면 사실 잠이 솔솔 온다


일이 많아 신경이 잔뜩 곤두섰을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운동을 지금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팀회식 등이 잡힐 때는 사회생활이냐, 개인의 자유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간다.

이단, 삼단 생각 않고 몸을 사무실 밖으로 빼낸다.

그냥 필라테스 학원까지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럼 어느샌가 나는 팔다리를 움직이고,  갈비뼈를 여닫는 호흡을 하고 있다.


어느샌가 내 시야엔 푸르른 하늘과 하얀 천막이 보인다(우리 필라테스 학원은 옥상에 하얀 천막을 설치한 멋진 루프탑이 있다)


그럼 또 생각한다


그래, 오길 잘했지

이게 자유지.

내가 내 자유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는가.


나는 그렇게 일주일에 2번 자유의 여신이 된다.


그 자유가 나에게 호흡을, 근력을, 그리고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준다.


나, 아직, 괜찮다.

나,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나를 지키는 한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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