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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r 27. 2024

말이 씨앗이 되다

달에 쏘아 올린 로켓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내 말은 씨앗이 됐다

(씨보다는 씨앗이 뭔가 더 희망적인 어감이다)


이 씨앗은 미래에 대한 긍정의 기운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그 씨앗을 우는 건 결국 내 몫.


내 말이 내 씨앗이 된 이야기는 이렇다


01. 문이 닫혔을 때, 창문이 열린다


내 육아기단축근무 기간은 3월로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약 10개월의 기간 동안 단축근무를 했고, 지난해 원천징수영수증 기준 약 1천만 원 정도의 월급을 자진 반납했다.

그리고 4월부터 등하원 도우미선생님이 꼭 필요했기에 3월부터 미리 면접을 통해 구한 이모님과 적응기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내게는 두 가지 스트레스가 발생했다.


첫 번째, 매일 또 울고불고 출근길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출근할 때면 도우미선생님을 거부하고 울어재꼈다.

두 번째, 내 아이를 맡기는 도우미선생님은 내가 돈을 드리지만 눈치를 봐야 할 존재다. 따라서 상관이 한 명 더 생기는 셈이므로 대인관계에서 오는 텐션이 높아졌다. 집에 cctv도 다시 가동.


그렇게 내게 그나마 허락됐던 단축근무라는 문이 닫히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하나 희망이 있었다면, 작년 말부터 나왔던 육아시간 특별휴가 확장. 노사협의회로 안건이 회부됐지만, 이사회 등 절차를 모두 밟아야 하는 터라 오늘 될지 내일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담당자가 누구냐에 따라 내부 도입 시기가 정해지다 보니 애만 태우고 있었다.

하필이면(?) 3월 1일부터 조직개편이 단행돼 관련업무 담당부서와 담당자도 일괄 변경됐다.


그런데 3월 마지막주, 이사회가 통과돼 결과보고가 당도했다. 결론은 육아시간 도입 확정.


숨 쉴 창문이 열렸다.

아니 육아시간은 유급으로 보장되는 제도니, 오히려 이전의 문보다도 더 큰 창문이 열린 셈이었다.


02. 네 말이 내 귀에 들린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자, 그럼 이걸 누가 도입할 것인가.

나는 이사회 결과를 기다리며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담당자면 내가 당장 도입할 텐데. 나보다 이제도가 간절하고, 또 관련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그리고 어느 날엔가,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관련 업무가 내가 있는 팀으로 이관됐고, 모든 절차와 결정을 내가 속한 팀에서 해야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부 방침은 제가 맡겠습니다"


내뱉었다. 말을.

그리고 나는 그간 쌓아온 내경험과 정보를 밑천으로 일사천리로 방침결재를 맡았다.


그리고 그간의 노무사 자문 결과 등까지 합해 기존의 문제점도 바로잡았다.


내 오랜 고민이자 숙원사업?을 내 스스로 해결한 셈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팔고,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리고,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는 것.


내가 담당자니 골치 아픈 고민도 더 많고 업무량도 늘어난 게 맞다.

다만 바로 잡고, 시행하는 권한이 일차적으로 내게 주어졌으니 멀리서 답답함만 안고 눈치 볼 일은 줄었다.


올초 읽은 책(책 읽는 킹콩맘 연재 중)의 문구를 떠올린다.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릴 때 가장 필요한 건 뭔가요?"


"의지입니다. 해내겠다는."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최첨단 기술은,

지다.


덧붙이자면, 달에 로켓을 가장 잘 쏘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가장 많이 그 시도를 해본 기술자다.

 

내가 워킹맘으로 여러 방법을 써가며 느낀 건,

"경험을 이기는 지혜는 없다"는 것.


내 의지가 내 말을 씨앗으로 만들었고,

내 경험이 그 씨앗의 발화를 도왔다.


자 이제 피어보자,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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