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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Jun 12. 2024

똑똑똑, 있나요?

네, 버티고 있습니다

똑똑똑, 있나요?

네, (버티고) 있습니다




강지영 아나운서가 유퀴즈에 나온 걸 봤다.

그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던 터라,

그저  모두가 선망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 단독 뉴스 앵커라는 사회적 성공을 거둔 직업인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인터뷰 한 임지연 배우 이야기를 하며, 울먹였다.


"전 정말 간절했거든요"


임지연 배우가 인터뷰 중 던진 한마디에, 함께 와르르 무너져 울컥했다는 강지영 아나운서.

그녀도 간절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매일 못한다, 제일 못한다, 네가 제일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 목소리를 스스로 못 들어줄 정도로 자존감은 바닥이었죠"


그녀의 말에 유재석 님이 물었다.


"그때의 자신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뭐라고 해주실까요?"


"버텨! 버티면 돼. 그거밖에 없어. 버티면 기회가 올 거야"


그녀의 대답에 유재석 님이 덧붙였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버텨야 돼요. 남들이 돌을 던지면 맞으면서 버텨야 돼요.

못 버티고 넘어지면, 진짜 거기가 끝이에요."


나도 울컥했다.


그리고 며칠 전 친정엄마와 나눈 톡이 떠올랐다.


어찌 알았는지(엄마들은 정말 천재적 감을 타고난다)

내가 우리 회사의 혁신적 근무제도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날, 엄마에게 아침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는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회사는 괜찮은지 등의 안부였다.


나는 마침 기사가 난 링크를 보여주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아마도 내가 아이를 직접 케어하며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잘됐다는 엄마에게 내가 남긴 메시지.


"그러게. 그냥 버티다 보니 길이 생기네."


처음에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며 내가 원하는 진짜 선택지가 없음에 좌절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지인들에게도 욕심을 접으라고 했다.

아이를 키우며 회사를 다니면서 내 성에 차는 선택을 하는 건 욕심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피해의식이 약간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왜! 내가, 왜! 하는 심연의 피해의식.


나와 같은 지금 30~40대 워킹맘들은 여자라서 양보하거나 피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세대다.

여러 분야에서 남성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운 알파걸 세대기도 하다.

그러니 아이를 낳고,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불평등과 부당함이 더 큰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을지 모른다.(아, PTSD)


하지만 우리는 길을 찾아낼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우리는 높아지는 학업경쟁, 취업경쟁을 겪어온 세대다.

또한 결혼하고 애 낳기 힘든 시대에 그 힘든걸 다 해내고 있는 존재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길에 책임질 줄 아는 세대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엄마지만, 여전히 목구멍이 포도청인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직장인과 엄마만큼 책임감이 높은  포지션이 또 있을까?

이 두 가지를 겸업(?)하면 책임감은 배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공문이 내려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파격적인 근무형태가 도입된다.

단순한  단축근무뿐 아닌 재택근무까지 가능한 제도,  만 5세까지가 아닌 만 8세까지 응원하겠다는 제도.  이름하여 '육아응원근무제'가 우리 회사에 빠르면 8~9월쯤 도입된다. (도입 후기를 쓸 것에 기대가 된다)


이 보도자료를 쓰고, 노사공동선언식 사진을 찍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나는 정말 실감했다.


아, 절실하니까 버텼고

버티다 보니 기회가 오는구나.


나의 오늘 브런치 글이

지금도 하루하루를 꽉 차게 살고 있는

모든 육아하는 직장인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버티자,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온다.

매일 변함없이 버티기만 하는 것 같은 오늘이

당신의 진짜 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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