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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은퇴 vs. 정년은퇴?

결핍이냐, 여유냐 <경제 밸런스 게임>

by 카르멘


누구나 어렴풋이 스치듯 생각해 봤을 것이다.

혹은 누군가의 욕망을 들어본 적 있거나,

그 욕망을 내가 품어본 적 있을 것이다.


돈, 경제. 매일 내가 숨 쉬듯 쓰는 일에 관하여 밸런스 게임을 할 수 있다면?

단, 그 게임은 돌이킬 순 없다면?


당신에게 두 가지 질문이 주어진다.


첫째, 일주일에 100시간 10년간 일하고 조기 은퇴한다 VS. 일주일에 40시간 30년간 일하고 정년 퇴직한다.

당신의 선택은?


둘째, 당신의 아이를 훌륭한 기업가로 키우기 위해 결핍은 성장의 원동력이므로 '돈 한 푼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VS 용기는 여유의 산물이므로 '결핍이 하나도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당신의 선택은?



1월 28일 <손에 잡히는 경제> 크로스에서 경제 밸런스 게임을 듣고 생각해 봤다.

아래는 진행자들의 참고 답안이다.


1. 주 100시간 10년 일하고 조기 은퇴 VS 주 40시간 30년 일하고 정년퇴직?


이진우 MC : 정년퇴직. 이게 인생의 정답.

주 100시간 근로, 조기은퇴가 꿈처럼 느껴지겠지만 과연 그럴까?

정주영 회장이 돈이 없어서 대통령 선거에 계속 나왔을까? 트럼프는?

조기은퇴는 현재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아 갖고 싶어 할 뿐. 실제로는 좋을 게 없다.

사자, 호랑이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하면 하늘을 날고 싶다고 하겠지만 독수리에게 나는 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아닐 것.


인생의 행복감은 어디서 올까?

자신의 효능감을 느끼는 데서 온다. 평생 낚시, 골프 하면 행복할까?

나 혼자 하루 종일 드넓은 골프장에서 골프 치면 그냥 골프 치는 행위가 될 뿐.

주변에 같이 조기은퇴 할 친구가 있을까? 행복하지 않을 것.


박정호 MC : 조기은퇴.

우리가 승부를 볼 수 있는 기간은 사회 초년 10년.

기술 발달이 너무 빨리 전개되어 사회 초년 10년에 쌓은 업력과 스킬이 10년 뒤에도 쓸모가 유지될 가능성이 낮아짐.

더구나 30년을 장기근무할 기회 자체가 박탈되고 있음.

뿐만 아니라 10년간 100시간 일하면 누구든지 한 분야의 대가가 될 수밖에 없음.

조기퇴직 후 자발적인 실업은 가능하지만 사회적 실업은 아니게 될 것.


2. 자식을 위대한 기업가로 키우기 쉽다. 의지는 간절함에서 나온다.

돈이 하나도 없는 환경 제공 vs 용기는 여유의 산물이다. 결핍이 하나도 없는 환경 제공


박정호 : 간절한 환경 제공. 선도적 기업가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정주영 회장은 먹고살게 없어서 창업했고 셀트리온 창업자는 취직할 곳이 없어서 창업했다.

결핍과 궁핍이 창업을 만들어낸다.

전 세계 기업가의 과반이 자수성가 케이스.


이진우 : 여유로운 환경 제공. 그냥 기업가가 아니라 '위대한' 기업가에 방점.

결핍이 어느 정도 규모의 자수성가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말 세상을 바꾸는 큰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업자 혼자 근면하게 일해선 부족.

퀴즈왕 도전에서 이미 획득된 상금을 받는데서 도전을 멈추는 사람도 많다.

작은 기업까진 가능한 것.


박정호 : 일론 머스크, 젠슨 황. 다 자수성가임.

그들은 아르바이트해서 창업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상장 앞두고 있는 야놀자, 무신사 모두 비슷한 경우.

지금도 결핍이 창업가 정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소스다.

(찾아보니.. 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모텔에서 청소일을 하면서 숙박사업을 경험. 2007년 야놀자를 창업한 뒤 인터파크를 인수해 사업을 확대. 부모를 일찍 여의고 조부모 밑에서 자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청년 기업인)


이진우 : 일론 머스크 아버지는 부유함. 취업 안 하고 창업하는 배경엔 아버지가 있다고 봄.

왜 가난한 결핍으로 큰 기업이 안되냐면, 큰 규모가 되면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고 분배하는 상황이 필요한데

스스로 가난한 상황에서 일군 사람은 남에게 내 몫을 나누는 게 익숙하지 않음.

책임과 성과를 나누는 일을 경계함.


박정호: 일론머스크의 유명한 일화가 있음. 창업 전 한 달에 5불, 10불로 생활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봄.

여유를 바탕으로 창업한 건 아니다.

통계적으로도 기업가 정신이 잘 발현된 국가는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 사회복지가 잘된 국가였음.


자, 나의 선택은?

우선 나를 알아야 한다.


나는 단기전에 강한 사람이다.

데드라인이 정해진 상황에서 집중력과 몰입도가 강하다.

(나는 수시 1학기 출신으로 단타 시험에 강하다)

때문에 주 100시간 10년 일하고 조기퇴직으로 부와 명예를 확보할 수 있다면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계속의 힘을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현재 16년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요가도 10년, 필라테스도 3년째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억해야 할 건 단 하나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정해라.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밸런스' 때문에 '밸런스를 신체화한 사람'이 될 것이다.

육아와 일, 꿈과 직업, 건강과 돈. 이 모두의 밸런스를 신체화 한 사람.

그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것이다.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정년퇴직을 선택한다.


두 번째, 아이에게 결핍을 줄 것인가 여유를 줄 것인가?


나는 결핍이 성장의 원동력임을 믿는다.

나에게 부족했던 무언가가 오늘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음을 안다.

그러나 나에게 제공됐던 무언가도 오늘의 내가 있게끔 만들어준 것도 안다.

그리고 나에게 무의식적으로 제공됐던 무언가가 나에게 또 다른 결핍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안다.


유년시절 나에게 경제적 궁핍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경제관념이 뾰족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노후의 경제적 궁핍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유년시절 꽤 감정기복이 큰 엄마에게 자라났는데, 그 반작용인지 나는 사회생활에서 웬만한 일에 감정기복을 타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를 키울 땐 또다시 감정기복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는 결핍이나 여유라는 환경적 요인의 인풋이 내가 바라는 이상적 아웃풋으로 직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은 산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밸런스 게임이니,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의 아이가 더 나은 기업인을 만날 수 있는 시간적 기회를 주는 쪽으로 선택하겠다.

내가 10가지를 제공해도 분명 아이 안에 결핍은 일어날 테니까.


경제적 문제는 결국 철학의 문제다.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새해에 목표했던 경제적 목표를 어제 지켰는지, 오늘 할 계획을 세웠는지.


내가 버는 돈이 나의 크기.

내가 지키는 돈이 나의 역량.


결국 나를 키워나가는 밸런스 게임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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