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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필라테스합니다

by 카르멘 Mar 26. 2025
 모든 사람은 생명,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문)


나는

내 인권을 지키기로 했다.


내 영혼이 담겨있는 신체의 자유,

그  자유로부터 보장받는 신체의 안전,

신체의 인권 지키지 못한다면 그건  유죄.


그렇게 스스로 약속 한 주 2회의 인권보호운동, 필라테스.


정오에 필라테스를 합니다.




회사 동료가 "주 2회 필라테스로 효과가 있느냐?"라고 물어왔다.


다이어트 효과를 묻는 것이라면 유감스럽게도 거의 없다.

식단조절 없이 주 2회 필라테스로 다이어트를 바란다면 욕심이다. 

러나 매일 레깅스를 입고 거울에 선 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신체를 포기하지 않는 효과는 있다.


즉,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 행위가 내 몸에 대한 방치와 방관을 예방한다. 

일종의 예방접종처럼.


우연찮게 주말에 만난 친구도

 "점심시간을 쪼개 필라테스를 하는 게 가능하냐"라고 물었다.


가능은 하다.

하지만 여유는 없다. 

그러니까 갈지 말지 고민할 틈을 만들면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고 횡단보도 신호등 대기순서가 바뀐다.


직장인에게 황금 같은 자유시간, 점심의 5분이 가버린다.

그러므로 그냥 몸을 사무실 밖으로 던지고, 하행 엘리베이터에 싣고, 횡단보도 앞까지 밀어세워야한다.

이때 머리에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게 포인트다.

다 별 뜻 없고, 뜻 이룰 데 없는 생각들이다.


진짜 별일은 고민할 순간 없이 온다.

그러니 그 순간이 아니라면 고민할 순간의 틈도 주지 마라.


필라테스 학원에 신발을 벗어두면 일단 성공이다.

다음은 환복이다.

평상복에서 운동복으로 바꿔 입는 순간, 그 순간에도 사실 물밀듯  찾아올 것이다.

별의별 마음들이.


아, 오늘 너무 피곤한데 쉬엄쉬엄 하고 싶다든지

오늘 수업에 사람이 적어서 집중코칭받음 어떡하지 그리고.. 귀찮다.


그 마음 중에 건져 올릴 건 없다.

마음은 필요치 않다.

단 하나의 마음을 동행시키고 싶다면, 그건 별 볼 일 없다는 마음뿐이다.


점심시간 50분을 내 몸 살피는 거 외에  다른 일은 별 볼 일 없다.

(그러니까 밀린 집안일, 회사일 살피는 것들은 금 이 순간 생각해 봤자 다 별 볼 일 없다)

지구가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중요하냐.


내 몸에 오롯이 50분도 못 쓰면서 뭘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냐.

그것 참 별 볼 일 없는 마음이다.


그러니 그냥 리포머 위에 몸을 뉘어라.

체어 위에 발을 얹어라.

바렐 위에 척추를 세워라.


그리고 진짜 너를 바라봐라.

있는 그대로 마주하라.

너의 불균형한 몸.

척추와 무릎의 과신전.

누우면 툭 튀어나온 목 뒷덜미의 뼈.

그건 너의 자세와 걸음걸이의 문제를 드러내주는 증상이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만들어낸 몸의 신호다.


그리고 진짜 너를 들여다봐라.

있는 그대로 마중하라.

너의 불균형한 마음.

앞에 놓인 당장의 과제에만 급급한 너의 마음이 네 척추를 전방으로 기울여놨다.

너의 가치보다 남의 가치를 습관적으로 탐색하여 수집하려는 너의 마음이 네 목을 거북목으로 변형시켰다.

한쪽 삐딱하게 꼬인 너의 마음이 너의 다리를 꼬아 올리고 골반까지 꼬아놨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노력.

그 모양이 예쁘고 바르지 않아도 스스로 교정하려는 노력.


그 노력이

내겐 정오의 필라테스다.


그 노력이 2023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1년 9개월의 시간이 됐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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