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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숨통의 크기 15.3cm

<정오의 필라테스>

by 카르멘
숨통이 트였다.
답답한 가슴에 바람이 들어온다.
(최승호, 숨통)

15.3CM.

내호흡의 크기다.


필라테스 수업 중 갑자기 내손에 하얀색 풍선이

쥐어졌다.

아들하고 놀 때나 가끔 불던 풍선을 필라테스 수업

불게 되다니...


한껏 마신 숨으로 한껏 풍선을 불어봤다.

더 짜낼 게 없는 듯했지만, 선생님은 "더~더~"를 요구했고 나는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름을 느꼈다.


아니 이러다 호흡이 끊기는 거 아닌가? 풍선은

생각보다 위험한 녀석이었다.


그렇게 내 호흡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풍선 불기의

최종결과.


15.3센티미터다.

이게 혹시 내 폐의 크기인가?

귀여운데...


하지만 내 또래(만 39세) 여성들이 폐활량 훈련을 위해 부는 풍선의 크기는 17CM.

1.7센티미터가 부족하다!


이차이는 단순한 수치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호흡은 모든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에요


이건 또 무슨 소리?


호흡은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행위가 아니다.

아니, 맞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호흡을 관장하는 녀석은 횡격막인데.

이 횡격막이 몸의 중심인 코어 근육의 일부로,

척추와 골반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적절한 호흡 패턴(흉식호흡, 과호흡)은 횡격막과 주변 근육의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횡격막은 호흡 근육일 뿐 아니라, 코어 안정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횡격막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척추, 골반의

안정성이 떨어져 자세 불균형, 근육 긴장 및 통증을 유발한다. (주 1)


따라서 호흡 기능이 저하되면, 척추와 골반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이는 근골격계의 과도한

긴장과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풍선 크기 15.3센티미터는 평균보다 낮아

폐활량과 횡격막 기능이 다소 제한적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생각해 보니 건강검진 때마다 폐활량 검사

간호사 선생님의 격려와 질책 속에 숨 들이마셨다

숨 끝까지 내쉬기를 몇 번씩 다시 했던 기억이

있다.


흉곽과 어깨 주변 근육이 긴장되면 목과 어깨 통증, 거북목 증후군, 요통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얕고 빠른 호흡이 이런 근육들의 과긴장을

심화시키는 원인(주 2)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속사정을 샅샅이 알고 보니, 무섭도록

정확하다.


단순한 풍선 불기가 내 몸의 모든 문제점을

말해주다니.


아니 이 풍선 따위가 내 몸을 이렇게 샅샅이 알고

있단 말인가.


결국은 그래서 다시, 필라테스.


필라테스는 호흡과 근골격계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운동이니까.


그리고 전시가 아님에도 전시처럼 긴장돼 있는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신경증 때문에 무너진

자율신경계의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일단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내내

찌푸려졌던 미간 사이가 풀린다.


스튜디오의 특유한 아로마 향을 맡는 순간 마음이

느슨해진다.


스튜디오의 따스한 조명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의 채도가 바뀐다.


그렇게 마음의 근육들이 먼저 이완을 준비하고

있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결국, 내 풍선 크기에서 발견한 작은 차이가 내 몸

전체의 균형과 건강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호흡을 깊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노력은 단순한

호흡법의 개선을 넘어, 내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과 치유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인셈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 작은 풍선을 통해 내 몸과 숨을

다시 연결하는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주 1:Hodges, P.W., & Gandevia, S.C.

(2000). "Changes in intra-abdominal

pressure during postural and respiratory

activation of the human diaphragm )."

a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89(3),

967-976.


주 2: Luomajoki, H., & Moseley, G.L.

(2011). "The role of motor control in the

pathogenesis and treatment of low back

pain." Journal of Electromyography and

Kinesiology, 21 (2), 16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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