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필라테스>
척추측만증.
척추의 기울기가 한쪽으로 치우쳐 생겨나는 증상.
보통 척추의 측만은 S자, C자, 역 C자로 나뉜다.
나의 경우는 역 C자 척추측만이다.
알파벳 C자 측만은 왼쪽 등이 올라와있다.
왼쪽 옆구리가 길어지고 오른쪽 옆구리가 수축된다.
왼손을 번쩍 들어 옆구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여보자.
바로 그 C자 형태로 척추가 휘어진 상태가 척추측만 C형이다.
반면 역 C자는 반대다.
오른쪽 등이 올라와있다.
오른쪽 옆구리가 길어지고 왼쪽 옆구리가 수축된다.
오른손을 쭉 뻗은 채로 옆구리를 왼쪽으로 기울이면 C자를 거꾸로 척추모양이 된다.
그게 바로 척추측만 역 C자형.
나아가 S자 측만은 C자 측만과 역 C자 측만이 모두 있는 상태다.
윗등은 왼쪽으로, 아래 등은 오른쪽으로 휘어진 경우다.
우리의 척추는 유연해서 어릴 때부터 측만이 진행된다.
어린 몸은 측만에는 꿈쩍도 안 할 만큼 건강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측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몸은 솔직해서 시간을 들여 만든 습관을 그대로 흡수한다.
나의 시간이 쌓여 나의 몸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쌓인 몸은 관성과 한 몸이다.
측만이 여러 가지 근육통, 두통, 안면비대칭 등의 문제를 일으켜도 꿈쩍 안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수치료, 필라테스, 요가 등을 통해 비뚤어진 몸을 교정하려 노력한다.
노력이라도 말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눈썹, 턱, 어깨, 골반의 각도를 간신히 1도쯤 되돌려놓는다.
비록 그게 또다시 관성으로 돌아갈지라도.
적어도 안다. 내 몸의 불균형점들을.
그런데 최근 나의 새로운 측만증을 알게 됐다.
내 '정신'의 측만이었다.
40여 년 만에 알게 된 첫 발견이다.
브런치에서 알게 된 공저 작가들과 하는 줌회의를 통해 알아차렸다.
그들의 글을 읽으며 확진됐다.
어?
내 관점이 불균형인데?
내 정신이 측만증인데?
나는 여태 내 척추의 측만만 의식하고 살았는데, 그래서 요가지도자 자격증도 따고 필라테스도 했는데, 알고 보니 내 정신은 어느 모양의 측만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다.
결과가 다다.
행동이 다다.
신체가 다다.
나는 그게 '다'라고 생각해 왔던 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지만, 그건 당장의 내 진실은 아니었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건 일부 동의했지만,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만큼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았다.
마음과 정신이 근본이라는 건 어렴풋이 인지했지만, 결국 행동이 없으면 무가치하다고 인식했다.
신체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신체 없이는 전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내 정신을 한쪽으로 기울이는데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역시 나의 시간이 쌓여 나의 정신이 됐다.
어느 날 내가 가진 정신의 측만이 곧 관점으로 드러난다는 걸 알았다.
"관찰을 해야 관점이 바뀌죠"
브런치 한 작가님께(지담) 처방을 받았다.
난 관찰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관찰의 가치를 몰랐다.
나는 비뚤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 내 눈은 평행을 이룬 듯 보였으나
정신 속 내 눈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지인들에게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내가 그런 줄 몰랐단다. 나는 그만큼 위장술에도 능했다.
내 척추의 측만은 내가 등만 구부리면 바로 드러난다. 한쪽 등이 더 올라오기 때문에.
레깅스를 입으면 골반의 측만도 바로 드러난다. 레깅스 사타구니 쪽 박음질의 실선이 한쪽으로 비뚤어지기 때문에.
그런데 내 정신의 측만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갑자기 내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땅에 붙는 상상을 했다.
기이하고 끔찍한 상상이다.
그때 내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0.1도씩 기울어진 척추가 골반의 측만, 다리길이의 불균형까지 가져오는데
0.1도씩 기울어진 정신은 어떤 불균형을 가져올까?
나는 내 정신의 측만을 고치기 위한 최소한의 처방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쓰는 사람들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관점, 나와 다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글을 끊임없이 보는 것만이 내 정신측만증을 조금이나마 교정할 수 있는 처방전이다.
그래서 브런치는 어쩌면 나의 '정신측만 교정센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