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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삼각형 위에 세운 삶

by 카르멘


"한 번이 그렇게 힘들죠?"


필라테스 선생님의 큐잉이 이어진다.


"갈비뼈 닫고, 마치 돌고래가 물속으로 점프해 들어가듯 머리부터 유연한 곡선을 만들며 롤다운. 등이 천장까지 높게, 갈비뼈 다시 닫고, 배꼽 쏙 집어넣고."


골반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아 넣는다. 그다음 무릎을 구부려 상체를 더 앞으로, 아래로.

그리고 다시 배꼽에 힘주고, 골반 강하게 말고, 천천히 롤업.

머리가 척추 위에, 척추는 엉덩이 위에 정렬되게. 발바닥 삼각형—엄지, 새끼, 뒤꿈치—에 균등하게 힘을 주고.


"자, 이제 한 번 내려갔다 올라왔어요. 한 번이 이렇게 힘들죠?"


바르게 몸을 쓰는 것의 힘듦.

내 몸의 정렬을 생각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의 어려움.

마치 고장 난 차를 정비하듯, 내 몸은 필라테스 정비소에 들어간다.


"모든 동작의 핵심은 결국 발바닥이에요. 내가 땅을 딛고 있는 부분에 힘을 느끼세요"


내가 땅을 딛고 있는 부분. 그 부분이 무너지면 몸이 다 무너진다.


우리 몸이 그렇듯, 우리 의식도, 삶도 그렇다.

결국 내가 현실에서 발 딛고 있는 근본이 중요하다. 어쩌면 그게 나의 본업일지도 모른다.


최근 드라마 <서울 자가 대기업 김 부장>을 보면, 그 두 발의 디딤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우리 삶의 본업이라는 것. 매일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며 무시당하는 그것.


우리의 본업은 사실 발바닥 삼각형 중 하나다. 엄지발가락 정도?

그리고 가족은 발뒤꿈치. 가장 예민하고 힘주기 힘든 새끼발가락은 나의 건강.


이 세 가지 트라이앵글 중 한쪽이라도 균형을 잃으면 몸 전체가 휘청댄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부업, 재테크, N잡러, 취미까지.

마치 발바닥 삼각형 위에 또 다른 무게를 얹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그 무게들이 발바닥 삼각형 바깥에 실리는 순간, 중심이 흔들린다.

부업에 온 신경을 쏟다 보면 본업의 디딤이 약해지고, 취미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가족이라는 뒤꿈치가 들썩인다.

재테크에 몰입하느라 건강이라는 새끼발가락을 잊으면, 어느새 몸 전체가 기울어져 있다.


발바닥 삼각형 밖으로 무게중심이 벗어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버틸 수 없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을 주게 되고, 그렇게 긴장한 채로는 제대로 된 동작 하나 할 수 없다.


한 번의 롤다운-롤업도 제대로 하려면 힘들다.

숨을 토해내야만 숨이 내쉬어질 정도로 어렵다.


우리 삶의 일상이란 것도 그렇다.


제대로 살아내려면, 해내려면, 이루려면 보이지 않는 수많은 근육의 균형이 필요하다.


발바닥 삼각형 위에 온몸을 세우듯, 우리는 본업과 가족과 건강이라는 세 점 위에 삶을 세운다.


그 균형을 잡는 매 순간이 힘들지만, 그것이 바로 제대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아닐까.


이모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최근의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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