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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갈비뼈 24조각

by 카르멘

흉곽, 움직임의 근원

쇄골 아래로 시작되는 첫 번째 갈비뼈.

우리 몸엔 좌우 12쌍, 총 24개의 갈비뼈가 있다. 여기에 복장뼈(흉골)를 더하면 27개의 뼈. 그런데 흉곽을 진짜 특별하게 만드는 건 뼈의 개수가 아니라 관절의 개수다.

각 갈비뼈는 뒤쪽 흉추와 관절을 이루고, 앞쪽으로는 복장뼈와 관절을 만든다. 1번부터 10번까지의 갈비뼈는 모두 복장뼈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복장뼈 자체도 세 부분이 관절로 이어져 있다. 척추와의 연결까지 포함하면 흉곽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관절을 가진 구조다.

팔 하나가 3개의 관절(어깨, 팔꿈치, 손목)로 움직인다면, 흉곽은 수십 개의 관절이 동시에 협력한다. 이 모든 관절이 호흡 한 번 할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인다.

필라테스 호흡

필라테스에서 말하는 '호흡'은 단순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흉곽 전체를 움직이는 행위다.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이 수축하며 내려가고, 갈비뼈들이 옆으로 펼쳐지며, 복장뼈가 앞으로 밀려 나온다. 이 과정에서 수십 개의 관절이 조화롭게 움직인다. 숨을 내쉴 때는 이 모든 움직임이 반대로 일어난다.

이것이 '립 브리딩(Rib Breathing)'의 본질이다. 공기가 늑골 사이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늑골들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드는 것.

움직임의 시작점

흉곽이 굳으면 어떻게 될까.

어깨가 올라가고, 목이 뻣뻣해지고, 허리에 무리가 간다. 상체의 모든 움직임은 결국 흉곽의 움직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필라테스 동작 중에 "갈비뼈를 닫아라", "흉곽을 안정시켜라"는 큐잉을 듣는다. 이건 갈비뼈를 고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무분별한 움직임을 제어하되, 필요한 움직임은 자유롭게 하라는 의미다.

고정이 아니라 조절. 이것이 코어 안정성의 핵심이다.

가장 많은 관절을 가진 이유

왜 흉곽은 이렇게 복잡하게 설계되었을까. 심장과 폐를 보호하면서도, 매 순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딱딱하게 고정된 새장이 아니라, 유연하게 확장되고 수축하는 살아있는 구조.

흉곽의 관절들이 1밀리미터씩만 움직여도, 폐는 수백 밀리리터의 공기를 더 담을 수 있다.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우리는 깊이 숨 쉬고, 크게 웃고, 오래 뛸 수 있다.

필라테스는 이 관절들을 깨우는 작업이다. 굳어버린 관절에게 다시 움직이라고 말해주는 것.

숨 쉰다는 것의 의미

결국 숨 쉰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숨 쉬고 있을까.

흉곽을 움직인다는 건 단순히 운동을 잘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몸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 호흡을 회복하는 일이다. 매 순간 일어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그 움직임을 다시 느끼는 것.

27개의 뼈, 수십 개의 관절, 그 사이를 연결하는 근육과 근막들. 이 모든 것이 협력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제대로' 숨 쉬게 된다.

필라테스 매트 위에 누워 갈비뼈에 손을 얹어보라. 숨을 들이마실 때 손이 옆으로 밀려나가는 걸 느껴보라. 그것이 움직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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