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의 80%가 연 2천만 원 이하의 소득, 웹소설 작가조차 연평균 1953만 원.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는 비율은 80%에 가깝고, 집필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전업 작가는 다섯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계약서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 업계 관행, 불공정한 단가, 원고료 체납, 플랫폼 독점 구조,
그리고 어깨·허리·손목을 잃어가며 써 내려가는 노동. 최근 발표된 작가 실태조사를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2025 작가노동 실태조사 결과 공유회’ / 출판진흥원 ‘2024년 웹소설 산업 실태조사’)
솔직히 말하자.
이 숫자들만 놓고 보면 글쓰기는 ‘꿈’이 아니라 ‘리스크’다.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훨씬 난이도 낮고, 훨씬 예측 가능한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워킹맘이고,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자격증을 따러 학원 다닐 여유도 없고, 창업을 하자니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런데 글쓰기는 다르다.
필요한 건 ‘시간 조각’뿐이다.
새벽에 30분, 점심시간 20분, 아이 잠든 밤 40분.
이 시간을 모으면 글 한 편이 나온다. 적은 투자로 ‘콘텐츠 자산’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생각보다 효율적인 수익 모델이다.
물론 단번에 돈이 되지는 않지만, 쌓이면 확실한 자산이 된다.
이건 숫자가 증명한다.
책이 한 권 더 나오면 인세는 평생 입금되고,
원고 한 편이 다른 기회로 이어진다.
빠르게 불어나는 자본은 아니지만, 근거가 분명한 단단한 자본이다.
요즘은 아무리 일 잘해도 ‘보이지 않으면 없는 사람’ 취급받는다.
직장인으로도, 엄마로도, 작가로도 나는 시장에서 이름 없는 개인일 뿐이다.
하지만 글이 있으면 다르다. 브런치에 글이 쌓이면 검색된다.
책이 있으면 신뢰도가 붙는다. 글 한 편이 인맥보다 더 빠르게 나를 소개해준다.
그리고 이 ‘보임’은 결국 기회로 이어진다.
돈이 되는 기회.
강연, 칼럼, 협업, 프로젝트 의뢰 같은 것들.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돈이 안 된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돈이 된다.
직접 인세를 받지 않더라도 글이 나를 다른 시장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아직 그런 사람이란 건 전혀 아니지만, 지향점이 있다는 건 다행이다)
결국, 글쓰기는 나를 브랜드화하는 가장 저렴하고 강력한 방식이다.
요즘 부업 시장은 포화다.
쿠팡 물류, 배달, 공예, 스마트스토어—누구나 뛰어들 수 있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반면 글쓰기는 독자가 몇 명이든 플랫폼이 몇 개든 내가 쓴 글은 ‘유일한 상품’이 된다.
그리고 이 상품은 아주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된다.
내가 모두 해본 건 아니지만, 브레인스토밍을 해보자면 이 정도가 나온다.
에세이 → 북토크
에세이 → 온라인 클래스
육아 글 → 부모교육 강의
직장 글 → 조직문화 강연
웹소설 → IP(지적재산권) 확장
칼럼 → 브랜딩 작업
작가는 인세만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아니다.
‘글로벌 IP 제작자’라고 말하면 거창하지만, 사실 자신만의 지적 자산을 만드는 사람이다.
작가는 콘텐츠 공급자다. 그리고 콘텐츠 산업은 앞으로도 수요가 많다.
확장성이 큰 시장이니까.
이것도 현실적인 이유다.
나는 소비자보다 생산자가 되고 싶다.
스크롤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의 콘텐츠를 구경하며 ‘대단하다’고 생각만 하는 삶보다 내 콘텐츠를 누군가가 읽게 만드는 삶을 선택하고 싶다.
생산자는 결국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비록 지금은 작고 미약한 자리라도 생산자로 남아 있는 한 계속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진짜 소비할 시간을 절약해 준다.
글 쓰고 돈 벌 시간이 필요하므로, 돈 쓰러 다니는 시간은 줄어든다.
혹은 소위 시발비용(스트레스 받은 걸 푸는 충동적 소비비용 등)도 줄여준다. 글로 풀어내면 자가심리상담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물론 인세는 터무니없이 적다.
원고료는 낮다.
그렇다. 인정한다.
그런데도 나는 숫자로 이렇게 본다.
글쓰기는 복리 구조다.
오늘 한 편 쓰면 0원일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달 5천 원, 내년 15만 원, 그다음 해 50만 원, 3년 뒤 200만 원이 될 수도 있다.
글은 없어지지 않고 플랫폼과 검색엔진에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돈을 버는 일은 그날 끝나면 0이 된다.
하지만 글은 쌓이면 쌓일수록 미래의 수익 확률을 높인다.
이게 작가 노동의 유일한 장점이자, 현실적인 희망이다.
나는 이상적인 작가가 전혀 아니다.
글에 낭만도 없다.
그저 현실을 계산하고, 현재 가진 자본과 시간 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나를 키울 수 있는 길을 찾을 뿐이다.
그 길이 글쓰기였다.
돈이 되니까 한다.
기회가 생기니까 한다.
자산이 쌓이니까 한다.
그리고 그 자산이 언젠가 나를 더 큰 시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으니까 계속한다.
수익이 적어도, 확률이 낮아도, 숫자가 잔인해도
그런 이유를 따지고 고민할 시간에 쓴다.
안 하면? 0원이니까.
신에게 기도한다.
"로또 1등 당첨되게 해 주세요!"
신이 대답한다.
"제발 로또를 사고나 빌어라!"
당신은 어느 편인가?
로또를 사고 비는 사람인가, 로또를 사지도 않고 비는 사람인가.
글을 쓰고 비는 사람인가, 글을 쓰지도 않고 비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