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중립입니까

by 카르멘

중립.


내게 중립의 이미지는 세 가지다.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
운전기어의 중립.
그리고 필라테스의 중립 자세.


중립을 “이도 저도 아닌 상태”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필라테스에서 중립은 가장 효율적인 힘이 만들어지는 정렬 상태를 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작은 중립자세에서 시작한다. 코어가 가장 잘 작동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골반에도 중립이 있다

골반의 중립은 시계로 비유할 수 있다.

배꼽 쪽이 12시, 치골 쪽이 6시라면
골반이 12시나 6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상태가 중립이다.
골반 앞쪽에 튀어나온 뼈, ASIS가 바닥과 수평을 이루는 자세다.

이 자세를 취하면 허리가 바닥에 완전히 붙지 않고
손바닥이 살짝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공간이 생긴다.
그 틈이 바로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려주는 여유다.

허리가 바닥에 딱 붙어버리면 골반은 뒤로 굴러간 후방경사,
허리가 과하게 뜨면 골반은 앞으로 기울어진 전방경사 상태다.

어느 쪽이든 굴러가 버리면 시계(골반)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왜 굳이 중립이어야 할까?


누가 침범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정렬을 따질까 싶다.
하지만 중립을 잃는 순간, 우리 몸은 실제로 ‘침범’을 당한다.

허리를 바닥에 눌러버리면 겉근육만 과하게 쓰이고
허리가 과하게 꺾이면 요추가 압박을 받아 통증이 생긴다.

중립은 몸의 하중을 가장 고르게 나누는 구조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허리 디스크에 압박이 가해지고
고관절, 무릎, 어깨까지 연쇄적으로 틀어진다.

건물로 치면 기둥이 반듯하게 서 있는 상태가 중립이고,
기둥이 기울기 시작하면 벽에 금이 가는 것과 같다.


필라테스가 기르는 힘


필라테스에서 말하는 힘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 힘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숨 쉬면서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은 중립자세에서 자란다.

결국 필라테스 중립이란
몸을 긴장시켜 버티는 자세가 아니라,
뼈의 정렬 위에 근육이 조용히 제 역할을 하는 가장 효율적인 기본 상태다.


몸을 ‘중립국’으로 만든다는 것

중립국은 어느 한쪽 편에도 과하게 기울지 않는 나라다.
중립자세는 어느 한 근육이나 관절에도 과하게 쏠리지 않는 몸이다.

반대로 전쟁 중인 나라는 어떤가.
계속 긴장하고, 자원을 소모하고,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버틸 힘은 점점 사라진다.

우리 몸도 전쟁 중일 때가 있다.

허리를 꽉 조이고 버티는 자세,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
배를 집어넣고 숨을 멈추는 순간.

그때 몸속에서는 근육들끼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중립자세는 중립국과 같다.
쓸데없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에너지를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데 쓰며,
필요할 때는 유연하게 대응한다.

힘을 안 쓰는 게 아니다.
쓸데없는 전쟁을 멈춘 상태일 뿐이다.


필라테스 중립자세는
몸속 근육들이 서로 싸우지 않도록 맺은
하나의 ‘평화조약’이다.


나는 내 몸을 중립국으로 만들기 위해 필라테스를 한다.
골반을 앞뒤로,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힘이 덜 들고 숨이 편안한 지점이 찾아온다.

그곳이 바로 나의 중립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중립도 한번 찾아보시길 바라며.

keyword
수, 목 연재
이전 20화연비 높이러 필라테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