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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브레인 육아법

완벽한 뇌는 없다

by 카르멘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시절, 세브란스 정신병원을 거의 매일 출근했다.


당시 지도교수님이 뇌 커뮤니케이션에 꽂히셔서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EEG(뇌파검사) 실험을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 와 '한겨레'(당시 2008년~2009년은 지면신문이 아직 영향력이 있던 시절)라는 단어와 '보수' 와 '진보 '등의 단어들을 매치하여 피실험자의 뇌파로 인지 일치/불일치 반응을 보는 것이었다.


그당시 지도교수가 지금 '회복탄력성'으로 유명한 김주환 교수였다.


그때는 내가 정신병동에 취직한건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함께 했던

동료와 그저 욕만 한바가지 했었다.

(지금보니 역시 그 교수님은 대단하긴 대단한 분이었지)


그당시 원서로 된 뇌 관련 서적도 읽어야했고, 뇌파의 파동을 보기도 했는데 ... 물론 기억은 하나도 안난다.

그러다 지금은 이 '뇌'가 육아에서도 아주 중요한 분야가 됐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거겠지.


아무튼 내 뇌에는 관심이 없다가, 아이를 낳고나니 뇌에 대해 궁금 해졌다.


그래서 내가 자발적으로 찾아본 뇌와 관련된 육아 서적을 정리해봤다.

자기 통제를 전공한 스탠퍼드대학교 박사의 책,

이름도 거창한 골든 브레인 육아.



골든 브레인 육아

(김보경: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박사, '자기통제에 관련한 뇌' 전문가)


"우리 아이의 골든 브레인은 최고의 하루를 만드는 일에서 시작.

아이답게 보낸 하루가 아이에겐 최고의 하루"


뇌 발달, 거창한 것 같지만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관건이다.


아이가 잘 자고, 잘먹고, 잘놀면 된다.

너무 클리셰하지만,,, 답정너. 정답은 정해져있다.


자는 동안 뇌는 기억의 노폐물을 걸러내고 재생하며,음식을 먹으며 뇌에 물을 대고, 잘 놀면서 상황별 자기조절 능력이 길러지기 때문.


교구나 학습지, 영어 유투브를 보여주란 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뇌에 방해가 되는 일을 지양하면 된다(디지털 미디어 같은)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앉아있게 하는 현대 문화는 뇌발달에 저해요소이며

활발하게 뛰어놀고, 자연을 탐험하는 아이의 뇌가 똑똑하게 자란다.

'렛츠무브' 캠페인 처럼.


렛츠무브는,

미셸 오바마가 미국 아이들의 비만을 줄이기 위해 한 캠페인으로, 실제로 비만은 뇌에 악영향을 주고 많이 움직일수록 뇌발달에도 이롭다고 한다.


책에는 뇌에 영향을 주는 몇가지 요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1. 잠(우선순위 1번)


-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잠이 부족하다

2017년 보고에 따르면 초등학생 절반 이상이 권장 수면 시간 보다 짧게 잔다

영유아도 마찬가지. 을지병원 안영민 교수 연구에 따르면 0~3세 아이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아이들이나

미국 아이들과 비교할 때 가장 늦게 잠들고, 낮잠과 밤잠 시간이 짧으며, 낮잠의 횟수도 가장 적다.

총 수면 시간의 경우 미국과는 평균 1시간 차이.


미국 아이들은 저녁 8시25분에 밤잠을 시작하는 반면 한국 아이들은 밤10시8분.

한국 아이들의 평균 낮잠시간은 2시간 26분, 다른 아이사 서양국가는 모두 3시간 이상.

아이의 수면에 미치는 영향 요인으로는, 가족들이 밤에 텔레비전을 보는것, 부모의 경제활동 등으로 인한

늦은 퇴근 등이 있다.


- 잠은 아이들의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잠이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들을 시간에 맞춰 분비시킨다.

우리 몸에 수면시간을 알려주는 멜라토닌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해로운 지방을 연소하는데 중요한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잠이 부족하면 배부름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하고, 신체 에너지 레벨이 낮다고 느껴져 단맛을 갈망하게 된다.

1~2세 권장 수면시간은 12~15시간/ 적당 수면시간은 9~16시간

3~5세 권장 수면시간은 10~13시간/ 적당 수면시간은 8~14시간

6~13세 권장 수면시간은9~11시간/적당 수면시간은 7~12시간


- 이를 위해 3~4세는 하루 180분 이상의 다양한 신체활동이 필요하고, 1시간 이상 하이체어나 유모차 등

같은 자리에 고정돼 있는 것을 지양한다.

텔레비전 등 미디어 정적인 활동은 1시간 미만, 짧은수록 좋다.

5~17세까지는 하루 평균 60분 이상의 신체 활동, 일주일 전반에 걸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며,

근력활동도 주3회 이상이 좋다.

결국 5세 미만 아이는 하루종일 움직이는 것이 기본.

생각보다 많은 운동량이 뇌발달에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건,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까지.

자는 것은 아이의 몫.


2. 식사


-아이가 지금 먹는 것은 그 아이의 미래다.

-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 보다 어떻게 먹느냐(자율성, 즐거움)가 중요

- 편식은 뇌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러운 과정

- 영양소보다 식사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

- 아이가 떼를 쓸때 단 것을 주는 습관을 피해야함(감정을 달래기 위해 먹는 행위는 부정적)

- 뇌발달에 물은 중요하므로 물을 따로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


3. 놀이


- 잘 노는 사람은 자신을 잘 아는 사람. 내가 선택하는 행동이 곧 나.

- 어른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은데, 아이들은 놀면서 이 능력이 길러짐.

- 자율성, 자기조절 능력이 생김

- 몸놀이가 자기조절능력을 키운다

- 스트레스를 버티는 힘을 기른다

-역할놀이는 마음을 읽는 능력


4. 독서


- 아빠의 책읽기가 더 효과적인 이유는,

아빠들은 책을 읽어줄 때 더 어렵고 추상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아빠들은 아이의 경험에 관한 대화를 많이 함. 이에 반해 엄마들은 책에 나오는 사실적 묘사나 상세한 부분에 좀 더 집중. 종종 아이들에게 사다리의 색깔이나 사과의 개수 등을 질문한다.



5. 미디어


*영유아를 위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 가이드

18개월 미만 아이에게는 미디어 노출 제한

18~24개월 이하는 부모가 희망할 경우,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이해하도록 옆에서 도움

2세~5세 이하 아이는 하루 1시간 미만, 양질의 콘텐츠, 부모가 함께 보며 이해하고 생각하도록 도움

6세 이상 아이는 이용규칙을 정한다


하루 평균 2시간 이용하는 아이들의 뇌는 백질의 발달이 저하되고, 구조의 혼란이 생김.

특히 언어, 시각적 정보처리, 집행 기능 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들에서 뉴런 사이의 연결 수준이 떨어짐.


6. 결론


아이는 아이답게 지낼 때 가장 잘 자란다

완벽한 성장은 없다.

완벽한 부모도 없다.

매일 밖에 나가서 뛰어놀 시간이 없고, 매일 밤 책을 읽어줄 여유가 없을수도 있다.

아이의 질문에 완벽한 답변을 주고, 한번도 화내지 않는 부모도 없다.

아이를 완벽히 잘 키울순 없다.

아무리 잠이 뇌발달에 중요한지 알아도, 아이가 새벽 내내 깨어 우는 날이 반드시 있다.

하지만 아이는 밤새도록 자신을 업어주는 따뜻한 등이 있어 아름답게 자라난다.

아무리 바쁜 부모라도 짧은 시간 동안 눈 맞추고 애정 어린 대화를 하면 아이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많이 안아주고, 눈 맞추고, 이야기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부모가 아이의 뇌를 피어나게 한다.




보통의 부모들은 나보다 아이가 낫기를 바란다.


그런데 여기서 낫기를 바란다는게 어떤 측면일까?

경제적 부유함, 사회적 지위, 또는 자아의 실현?

혹은 이 모두?


부모가 어른으로 성장한 환경과 지금 아이들이 성장하는 환경은 매우 다르다.

또한 부모인 나와 배우자의 기질과 아이의 기질도 다르다.

타고난 뇌의 지도도 다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아이를 가르치려 들거나, 내가 바라는 대로 아이를 이끌려고 하면

아이가 갖고 있는 뇌의 지도는 바뀔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알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아이의 뇌 속에 지도는 이미 정해져있고,

지도를 따라 아이가 북두칠성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등대 역할을 해주는게 부모의 역할이다.


나는 똑똑한 아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류 명문대를 나와야 부자가 되거나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런 세상은 안타깝게도(?) 지나갔다.


다만 아이가 타고난 가능성과 잠재력을 찾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고, 세월을 보낸다면 후회할 것임은 안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본인이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를 위해 자신 내면에 무엇을 발굴해야 하는지를 알길 바란다.


나는 대학시절 성적이 꽤 좋은 편이었는데, 어느날 교수님이 나에게 시험이 종료되고

어떤 질문을 하셨다.

그런데 나는 대답 하지 못했다.

아마 시험범위에 들어갔던 내용이었고, 나는 그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았으니

알아야 마땅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너는 하나도 기억을 못하면서 어떻게 시험만 잘봤니?"


교수님의 촌철살인.

나는 그저 해야하니까 하는 일에 익숙했던 모범생이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자율성이라고 생각했으나, 어쩌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율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분야를 그렇게 깡그리 잊었을리 없으니까.

그리고 나의 10대와 20대 초반 그렇게 잃어버린 기억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나의 뇌 지도는 거기까지만 발굴된 것이다.


내 아이의 뇌가 발굴을 멈추지 않게 하려면,

아이의 자율성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타의로 잘 못 자고, 잘 못 먹고, 잘 못 노는 일로 뇌를 멈추게 해서는 안된다.


잘 자며 하루의 기억을 회복하고 저장하는 흙을 다지고, 잘 먹어서 그 흙에 물을 댄다.

마지막으로 그 흙위에서 뛰어놀아 자기가 좋아하는게 뭔지 좋아하지 않는게 뭔지를 알아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살아온 세상의 교육은, 이미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뇌를 발전시키는게 목표였다.

내 뇌가 갖고있는 잠재력보다는 사회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뇌의 지도를 그렸다.


지금의 교육은 어떨지 모르겠다.

다만 어른들이 갖고있는 흑백의 뇌로는 아이의 황금브레인을 보고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내 아이의 뇌가 황금빛을 잃지 않길 바란다면,

아이 바깥에 그려진 세상의 지도보단 아이 내면에 타고난 지도를 먼저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우리 모두가 타고나기는 금수저는 아니어도, 황금브레인은 갖고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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