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자유
부모라면 그들처럼
(김민태/EBS PD.〈퍼펙트 베이비〉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수상, EBS 모바일 육아학교 총괄 프로듀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율성.
성공의 열쇠도, 행복의 열쇠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모두 꿰뚫는 단어 하나를 꼽자면,
자율성.
느낌이 오는가?
우리나라, 우리부모에게 가장 결핍돼 있는 세글자도
자율성.
머리론 알고 있지만 이미 내 손과 발이 아이에게서 뺏고 마는 것,
자율성.
아, 정말 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게 자유와 자율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아이에게서 자꾸 자율성을 빼먹는지 모르겠다.
밥먹을 때, 양말 신을 때, 신발 벗을 때조차 자율성을 주지 못하면서
자주적인 인간이 되어라라고 말할수 있는가.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제정신 아닌 나자신, 정신차리라는 책이 왔다.
머리론 알지만 실천이 안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보자.
01. 적폐청산
보상과 처벌 시스템에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계약관계로 바꾸어버리는 위험성이 있다.
기대하는 행동을 하면 사랑을 주고, 기대에 어긋나면 사랑을 거둬들이는 행동은 조건부 사랑이요,
심하게 말하면 투자 조건이다
이런 관계에서 인성 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경쟁 우위 구조에서는 친구관계도 순수하게 유지하기 힘들다.
또한 보상과 처벌은 '생각보다' 교육적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부작용은 적지 않다.
02. 자율과 강압의 학습효과 실험
선생님이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짧은 문제지를 나눠주며
"얼마나 자료를 잘 읽을 수 있는지 보려고 해요. 시험은 아니니까 부담갖지 마요" 라고 했다.
시험이 아님을 강조.
옆 교실에선 "여러분이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시험을 볼 거예요"라고 문제지를 나눠줌. '시험'임을 강조.
첫반은 자율반, 둘째반은 시험반이라고 명명.
일주일 후 찾아가서 얼마나 글의 내용을 기억하는지, 똑같은 시험을 한번 더 치르게 했다.
자율반의 경우 일주일 사이 반 평균이 7점 떨어졌다
시험반의 경우 무려 14점이 떨어졌다
우리가 벼락치기 할 경우 시험 종료 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 실험결과다.
결국 강압은 당장의 주의집중을 일으킬 뿐, 효과가 짧고 약하다.
03.인간의 욕구를 알면 부모의 길이 보인다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심리적 '욕구'를 갖고 있다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의 3요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이를 우리 몸의 3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에 빗대어
'마음의 3대 영양소'로 말한다.
"이 영양소가 잘 공급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만,
이 중에 뭔가 하나라도 결핍되면 식물이 시들어가듯이 우리 마음도 시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ism theory)
인간의 행동 동기에 초점.
인간 행동은 '자율적인 노력'을 중요시하며,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이나 가치가 내면화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자율성
스스로가 행동의 조력자임. 스스로 가치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목표를 설정, 결정하는 것.
자율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대표적으로는 선생님.
사람은 억지로 뭔가를 할때 영혼이 시든다.
*유능성
내가 한 일로 인해 성과가 날 때, 인정받을 때 행복감.
자율성이 내재화 되면 유능성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됨.
자기효능감이 중요.
*관계성
타인과 의미있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
자율성과 자신감을 향상하는 사회 환경.
주변사람이 행복할 때 나의 행복은 15% 증가.
결국 인간의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란 3가지 욕구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키워주는 게 부모의 길.
아이의 영혼을 시들지 않게 하려면 필수적인 마음의 3대 영양소.
아이의 키, 몸무게, 시험성적보다 중요한 욕구.
내 직장동료는 고3 아이의 엄마인데 무엇보다 아이의 독립성과 자립성을 목표로 육아를 해왔다.
5분이 걸리든, 10분이 걸리든 아이 혼자 신발을 제대로 신을 때까지 옆에서 묵묵히 지켜봤다.
아이가 사춘기가 오기 전 대화를 하다가
"사춘기가 오면 너도 문 쾅 닫고 들어갈거니?"하고 아이에게 질문을 했는데
아이는
"사춘기는 아이도 있고, 어른도 있는건데. 왜 문을 쾅 닫아? 오히려 좋은거 아니야?
어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잖아"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육아관과 아이의 기질이 빛을 발한 답변이 아닌가 싶다.
그아이가 고2가 됐을 때 아이는 열심히 해온 공부가 아닌, 음악의 길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집도 어느집과 다를바없이 엄청난 폭풍이 불어왔고, 직장동료는 마음의 병까지 얻을 지경이 됐다.
결국 그아이의 희망대로 아이는 짧은 시간 안에 진로를 바꿨다.
직장동료와 최근 산책을 하다 수능을 잘 치렀는지 물어봤다.
"우리애가 수능시험 문제를 보더니, 공부 그대로 했으면 크게 어렵지 않았겠다고 하더라구.
원래 머리가 좋으니까.
애를 너무 자율적으로 키워도 문제야, 다 폐해가 있어.내 말이 곧이곧대로 먹히지가 않으니까."
"근데, 내가 그렇게 키우긴 했어. 구두를 닦아도 행복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거든.
그래도 나는 진로를 바꾼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어. 지금도 그렇지만..."
똑똑하고 독립적인 자식으로 키워낸 그녀도 진로 선택에 있어서만은
아이의 자율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니.
웬만한 부모가 아이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지지해주는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전례가 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재능이 있었고 성공을 한 케이스지만.
내 주변에만 봐도 실패한 케이스도 많으니.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자율성이 왜 항상 부모와 자식 관계에 있어서만은 논쟁이 되고 미제로 남을까.
쇼펜하우어 글에서 처럼
부모가 자식을 자꾸 자신과 동일시하고 타인, 개인으로서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참, 말이 쉽다.
자식을 타인으로 인식하는 건 정말 중력을 거스르는 절대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04. 보이지 않는 물결
사람들은 그 아이를 대할 때마다 우둔하다고 말했다.
아이는 4세가 되어서야 말을 시작했고, 7세에 겨우 글을 읽었다.
자기가 한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이상한 버릇도 있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커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진심 걱정했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세상의 과학질서를 뿌리째 뒤흔들 이론을 발표하기 전까지 특허국의 직원일 뿐이었다.
그는, 바로 아이슈타인이다.
그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인물이다.
인생의 어떤 시점을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바보도, 천재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 존 케인스 역시 초등학교 때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공부에 대한 부담으로 말까지 더듬었다.
결석은 습관이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단면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05. Not Yet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졸업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과목이 있을 경우 '낙제'라는 말 대신
'아직(Not Yet)'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그러면 학생은 스스로를 형편없다고 느끼기보다는, 아직 자신이 배우고 있는 과정임을 이해하게 된다.
공부의 목적을 과정에 두느냐, 결과에 두느냐 하는 가치관의 차이는 나중에 문제해결 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결과지향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과 비교를 많이 한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못하면 남들이 어떻게 볼까?'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낯선 시도를 잘 하지 않는다.
반대로 과정 지향적인 사람은 남이 아닌 자신의 어제와 비교한다.
그래서 남들의 시선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를 하더라도 아주 쉽게 다시 일어선다.
06. 솔직함, 호기심, 그리고 자존감
사람들은 왜 솔직함에 끌릴까?
솔직하다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일종의 내려놓음이 보는 사람들을 편하게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솔직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자기 자신을 그대로 존중하는 자존감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
자존감은 유능하다는 느낌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커나가는 심적 기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가 어쩔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노력하면 된다고 믿는다.
자기를 충분히 개방하다 보니 타인의 생각이 들어올 자리도 넓다.
이것이 바로 자존감이 성장에너지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없는 것을 찾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지켜주고 가꾸어주는 존재가 아닐까?
07. 진짜 실수
미국의 극작가 오스카와일드는 "경험이란 실수에 붙이는 이름"이라고 말한다.
또한 미국의 철학자 엘버트 하버드는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실수하는 것을 계속해서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가지 실수를 했다는 것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배움을 얻었다는 것.
이것이 실수를 두려워 해서는 안되는 이유.
08. 자기삶의 주인
아이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 만드는 법이 뭘까.
고려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동과 서, 모성의 차이는 있을까?'는 연구를 진행했다.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뇌의 반응을 비교한 것인데,
한국엄마들에게 '자기자신'에 대한 단어들을 판단하라고 하고, '자녀'를 판단하라고도 했다
놀랍게도 자기자신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는 '내측전전두엽'인데 자녀를 생각할 때도 이부위가 활성화됐다.
즉, 한국 엄마들의 뇌는 자신과 자녀를 동일하는 여기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
미국 엄마들은 어떨까?
결과는 동일했다.
미국 엄마들도 자신을 판단할 때나 자녀를 판단할 때 뇌의 같은 영역이 활성화됐다.
결국 자녀에 대한 시각과 모성은 문화와는 상관없다는 증거.
결국, 자녀를 나와 다른 주체의 인간으로 인정하고 주도성을 부여하는 것은 본능과 다르게 매우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을 말한다.
(것봐, 내말이 맞다니까. 본능을 거스르는 노력을 해야만 가능한게 자녀를 다른 주체로 인정하는 것)
우리나라 부모들은 '매니저'유형이 많은데,
부모가 아이의 보살핌의 주체라기 보다 관리의 주체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리는 머리로 하는 행위, 조금 심하게 말하면 부모가 아닌 타인도 잘할 수 있는 일.
자녀가 부모에게 존경심이 생기기 힘든 구도다.
아이를 삶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부모와의 열려있는 대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자녀에게 매니저로 각인된 부모가 할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통계상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식사하는 비율은 57%로 OECD 평균 78%에 못 미친다.
어릴 때는 부모가 회사에서 늦게 와서, 커서는 자녀가 학원에서 늦게 와서.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우리집에서 세식구가 밥을 다같이 먹는건 주말 외식 정도. 평일 아침엔 아빠가 일찍 나가고 엄마는 원래 아침을 안 먹고 등원과 출근을 생각하면 먹을 여유도 없고. 평일 저녁엔 겨우 엄마가 마음을 먹어야 아이와 같이 먹는 정도니)
식탁문화, 밥상머리 대화 자체가 희귀해졌다.
하라고, 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모두가 저녁 9시쯤 먹어야 하나?
새벽 5시쯤 아침을 먹어야 하나? 밥상머리가 아닌 다른 대안도 필요하다
09. 감정 조절 능력
16명의 아이들은 하루 동안 총 세가지 실험에 참여했다.
퍼즐맞추기(도전),선물 포장할 때 쳐다보지 않기(충동억제),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을 받았을 때 감정 누르기(배려)
모든 실험에서 감정조절을 침착하게 해낸 아이는 3명이었다.
이는 엄마들의 조절능력과 상관관계가 높았다.
감정조절 능력이 좋은 엄마들은 자녀의 실수나 좋지 않은 결과에도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었고,
아이의 행동에 조력자로서 유연하게 참여했다.
김경란 교수는
"아이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부모가 나서서 '너는 이렇게 해야 해'라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경향은
부모 자신의 불안감을 최대한 빨리 잠재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라고 했다.
자녀에게 용기를 북돋기보다 자신의 문제 해결이 더 급하므로.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아이는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전문가들은 '자율성이 기적을 낳는다'고 강조한다.
자꾸 개입하고 시킬수록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에 가까워진다.
조선미 교수는 그렇다고 "자기주도적으로 해보렴"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어머니가 과도하게 개입한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이라는 근육은 부모가 말로 되풀이한다고 단단해지지 않는다.
자율성을 키워주는 역할 모델의 행동이 가장 효과적.
아이들은 부모의 삶의 태도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자율성과 관련해서는 부모 자신의 심리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자녀에 대한 관용이 생긴다.
또한 자녀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둘 때 시야가 확정되며, 자녀의 장점도 보이고 기다릴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그래야 아이도 감정의 기지개를 펴고 실수와 실패라는 스트레스에 맞설 용기를 갖추게 된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의 불씨를 되사리는 것.
인간에 대한 공부가 자녀를 가장 잘 키우는 지름길이다!
자기감정조절능력은 정말, 부모에게서 기인한다는게 무서운 말이다.
나는 나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가,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감정조절능력이 완성되려면 '내려놓음'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
아이가 밥을 골고루 먹든 말든, 얼마나 먹든 말든,
아이가 말도 안되는 떼를 쓰든 말든,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
회사에서, 타인에게는 잘 되는 그마음이 참 내자식에게는 잘 안된다.
비우고, 비우고, 비우자.
사실 부모는 자식에게 채우고, 채우고, 또 채워주고 싶은 마음인데.
반대로 하라고 하니 이게 자식 농사가 쉽지 않을수밖에.
(머리로는) 알겠고요, 알았고요, 알겠는데요
(실제로는) 잘 안되는 이유는.
부모로서의 본능이 자식에 대한 존중을 넘어서기 때문이겠지.
사실 아이에게 개인으로서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모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다.
때문에 어디까지가 부모로서 내 욕심이고, 습관인지를 떼어내 생각해봐야 한다.
불편한 진실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짜 부모와 자식 관계는 불편해 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