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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Jan 31. 2024

휴직과 복직 사이

49대 51의 싸움


49대 51.


아무리 생각해도 '묘수'가 없다고 생각할때,

떠올리는 숫자들.


나는 결국 인생은,

49대 51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도 순도 100퍼센트 좋음만 있을순 없고,

'무엇이 옳다'고 절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선택도 거의 없으니.


때문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49% 보다는 51%의 장점을 가진 옵션을 선택하는 것.


내가 1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계획대로 복직 할지, 육아휴직 연장을 할지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육아휴직을 마치는 시점은 2022년 5월이었다.   

아이는 당시 생후 15개월쯤을 지나고 있었다.  


보통 돌이 지나면...

아이는 잘 걷는다.

좋고, 싫음의 기호가 생긴다.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분리불안을 겪는다.

이가 다 나지 않아서 완벽하진 않지만 이유식을 끝내고, 유아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두돌이 되기 전까진..

여전히 잘 넘어진다.

좋고, 싫음을 말로써 표현할 수 없다.

여전히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완강한 거부가 있다.

아이의 뇌는 언어발달과 공감력이 싹트는 시기를 겪으며 성장중이다.


물론, 내가 그당시 복직을 앞두고 이런 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아니다.


그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한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돌이 지나고 일명 돌발진(돌발+진이 아니라, 돌+발진으로 돌쯔음 아이들이 한번씩 크게 아프는 증상)을 겪고

일주일 후 코로나에 온가족이 감염됐고, 한달쯤 지났을때 후두염으로 3박4일 아동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아이가 걱정되서 복직을 고민했다기 보다(물론 상황은 그랬으나)

이 모든 버라이어티한 상황을 '내가 복직한 상태'에서 겪어낼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 끝에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었을때 자신있게 답할 '내가' 없었다.


법정육아휴직 1년까지만 소득의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기에, 나머지 추가 휴직기간은 무급이었다.

때문에 고민이 됐다. 이건 엄중한 문제니까.


다만 정말 이소득이 몇개월 더 없으면 내 생존에 위협이 되는가,  

생각해봤다.


그리고 추가적인 커리어의 공백이 다신 오지 않을 아이와의 6개월의 시간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녔는가,

생각해봤다.


커리어와 경제적 소득이 49라면 아이의 심리적 안정과 엄마인 나의 스트레스 줄이기 효과가 51이였다.


지금 아이와 함께 할 이시간의 가치가 51,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일하는 근무시간의 가치가 49였다.


선택은 51%의 육아휴직 연장. (나는 6개월의 휴직을 연장했다)


그사이 아이는 조금더 크고, 성장했으며

조금더 천천히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에 적응해갔다.

무엇보다 그시간 동안 내 불안과 미련을 줄여나갔다.


그리고 나는  6개월의 휴직이 끝나는 시점을 앞두고 소위 '자유부인'시간을 한달 정도 가졌다.

아이가 9시에서 4시 정규 어린이집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자유시간을 갖는 일.

그동안 미뤄왔던 자기관리에 시간을 쏟았다. (나름의 복직준비 기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복직을 앞두고 가장 큰 산이 하나 남아있었다.


'등하원 도우미 선생님' 구하기.


내가 휴직과 복직사이를 고민하게 된 또다른 변수.

남의 손에 내새끼 맡기기.


참, 이 과제에 대해 할말이 무수히 많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좋은 이모님을 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가 아닌 등하원 도우미 선생님을 구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구하고서도 얼마나 유지하기 쉽지 않은 일인지,

새로이 구해야 할 때는 또 얼마나 좌절스러운지,

이번 편에 쓰기엔 그마음이 너무 커서 다음 편에 쓰고자 한다.   


아무튼,

나처럼 휴직과 복직사이를 고민하는 엄마들이 있다면

혹은 그런 아내를 둔 남편들이 있다면 ..


그 고민을 하는 순간, 1~2% 정도는  어느 한편에 이미 기울어졌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선택도 어짜피 완벽할순 없고, 무엇이 49이고 무엇이 51인지 스스로만이 아는 법이다.


적어도 내가 한 선택에 대해서는 미련도 후회도 덜하며, 그누구도 그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 말기를.

모든 최악의 상황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법.


(경험자로서 굳이 한마디 덧붙이자면,

세상은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 것만큼 내복직을 기대하거나 기다리고 있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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