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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r 31. 2024

한숨의 합법적 효과

한숨, 크게 많이 쉬세요

"크게 마시고, 후~~~~~"


"한숨 쉬세요. 여기가 바로 한숨을 크게 쉬어도 되는 합법적 공간이에요"


내가 요가하면서 유독 는 게 있다면, 한숨이다.


흉곽을 크게 부풀리고 내쉴 때 숨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내뱉게 되는데

그럼 명치끝의 답답함이 좀 풀려나가는 기분이다.


필라테스도 마찬가지.

코어에 힘을 주는 일은, 한숨을 크게 내쉬는 일과 연결돼 있다.

힘을 후~~~ 하고 내쉬면, 불필요한 힘은 풀리고 배만 쏙 들어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한숨 쉬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무실에서 한숨을 쉬면,

"무슨 일 있어? 뭐 잘 일이 잘 안 풀리나?"와 같은 소리를 듣거나

'아, 너무 숨을 크게 쉬었나?' 하고 스스로 주변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나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숨을 내쉰 것뿐인데,

숨을 내쉴 땐 힘이 빠지는 게 자연스럽다 보니 힘 빠지는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면 남편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왜 한숨 쉬어?'라고 묻는다.


나는 종종 이런 질문에

"한숨이 아니고, 큰 숨이야~ 숨을 쉬어야 살지~"

라고 말한다.


필라테스 학원에선 그런데 이런 말을 할 필요도 들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더 크게 더 반복적으로 내쉬는 사람이 고수다.


실제로 어떤 동작을 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할 때가 있는데, 그건 가짜다.

그 순간의 성과만을 위해 억지로 짜내는 동작이므로.

진짜는 숨을 쉴 때 이뤄진다.


자연스럽게 숨을 마시고 내쉬면서 동작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운동을 하는 사람.


모든 동작은 호흡과 연결돼 있으므로,

호흡과 함께 할 때 동작의 진짜 효과가 나타나므로

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이 공간이 좋다.

눈치 안 봐도 숨을 크게 내쉴 수 있는 곳,

오히려 숨을 크게 내쉴수록 잘하고 있다고 격려받는 곳이므로.


내 숨소리를 듣는 일은 일상에서 별로 없다.

하지만 필라테스 학원이나 요가원에 오면 내 숨 쉬는 소리를 내귀로 듣는다.


마시는 숨, 내쉬는 숨.


그 숨소리를 통해 나는 느낀다


아, 내가 숨 쉬고 있구나.


제대로 숨쉬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이 노력 중이구나, 하고.


실제로 한숨은 의학적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


천천히 내뱉는 한숨은, 부교감 신경을 도와준다.

한껏 날이 서있는 교감 신경과 달리, 신체의 긴장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부교감 신경이 한숨을 쉴 때 활성화되기 때문.


긴장하고 흥분할 때 심장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때 우리는 천천히 호흡을 내쉬라고 한다.

그 느린 한숨의 호흡이 심박수를 낮춰주므로.


이하이의 '한숨'이라는 노래가 있다.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당신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뭔가 답답할 때, 또는 괜스레 우울할 때 숨이라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보자.


명치끝에, 혹은 머리 구석구석 쌓여있는 내 몸의 스트레스와 긴장들이 한숨과 함께 조금씩 빠져나갈 것이다.


처음엔 소리 내어 쉬는 숨이 어색하지만, 내 한숨소리에 스스로 안정을 찾게 되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합법적?으로 한숨, 큰 숨을 쉬기 위해 필라테스 학원에 간다.


마시고, 내쉬고.


후~~~~~~~~~~~~~~~~~~~~~~~~~~~~~~


한숨은 내가 더 숨을 크게 쉬어 살기위한

큰숨이다.


그러므로 한숨은 너무나 합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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