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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계획

내가 퇴사한 방법 (feat. 부업 불법 아니야?)

by 프리케터 진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처 맞기 전까진.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Michael Gerard Tyson (마이클 제라드 타이슨)-


위 문장은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복싱의 아이콘으로 등록된 미국 헤비급 복싱선수 마이클이 한 말이다.

여기서는 그의 엄청난 자신감을 보여주는 워딩인데, 지금 나는 처 맞은 입장이라서 그런가 꽤나 뼈아픈걸?

한 때 파워 J 였던 나는 항상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계획은 "항상" 완벽하지 않았다.

부정해봤자 소용없다.


이번 파트는 열심히 부업을 하며 살고 회사까지 병행하던 나의 계획이 무참히 빠그러진 이야기다.


2022년~2023년의 나는 돈이 필요했다. 잔금을 처리해야했기 때문이었고 이자도 충당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돈을 아끼려고 생각들 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돈을 써야할 곳에 썼다.

- 노트북을 더 가볍고 좋은 것으로 바꿨다

- 반지하 집 (보증금 5000/관리비 7만원) 에서 3층 으로 이사하면서 매달 고정 지출비가 30만원이 늘었다.


난 강의를 하고싶었다.

내가 가진 7년의 퍼포먼스 마케팅의 경험과 그 때 당시 구글에서 마케팅 분석 툴로 제공하던 Google analytics 가 GA4 라는 것으로 스위치 되던 시기였다.

마케터가 느끼기에 평소 쓰던 것보다 어렵고 훨씬 보이는 데이터도 적었기 때문에 "어떻게 쓰는지 정말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이걸 강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명한 교육 플랫폼에 연락을 했다.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도 해봤다. 그래서 한 곳에서 강의를 제작해보기로 이야기 되었는데, 하려고보니 너무 프로세스가 주먹구구여서 회사를 병행하며 하기 힘들었다. (셀프로 강의안과 녹화까지 다 해야했음)

다행히 회사가 마케팅 Saas 플랫폼이어서 GA4 를 반영하느라 비상이었기 때문에 나는 계속 공부했다.

그리고 그걸 '링크드인'에 올렸다.

그랬더니 운이 좋게도 내가 평소 자주 쓰던 실전교육 플랫폼에서 실전강의와 대기업 강의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 강의준비가 시작되었다.



― 회사에 딜 걸기

회사 다니면서 부업, 불법 아니야?

계약서 상에 부업 금지 조항이 명시되어있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직장인들은 부업을 하기여 여러 제약이 있다. 특히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나는 스타트업을 다녔고 다행히 대표님이 자기 계발과 성장에 긍정적이었다.

처음 회사 입사 했을 때 팀장님과 본부장님이 물어봤었다. 진솔님은 회사에서 어떤 것을 이루고 싶고 나중에 어떻게 살고싶어요?


나는 그 때 당시 강의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한말은 아니었지만

"강의를 해서 사람들에게 제가 알고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교육 플랫폼과 함께할 때 당시 나는 이런 내용을 내부에 공유했다.
"대기업으로 강의 출강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회사 업무에 무리 안가도록 할 거고 휴가 쓰고 갈거다.

준비한 강의 내용을 회사 안에서도 미리 강의를 해서 내부 팀원들 교육과 개발팀, PM과 QA팀의 GA4툴에 대한 이해도 돕겠다."

그래서 강의 자료를 회사에서 발표 하기 전에 내부 배포용 자료로 다듬을 수 있었고 실제로 이를 통해서 강의 완성도를 높혔다.

이 때의 내 휴가들은 모두 강의를 가고, 강의준비를 하는데 쓰였다.

그리고 주말 중 토요일은 실무 온라인 강의를 하는데 정신을 뺐고 컨설팅 부업도 하나 하고있었다.

월 수익이 부업까지 합해서 많을 때는 800만원, 적을때는 600만원을 왔다갔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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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가 새벽 1시에 끝나서 집에 들어가면 오후 3시까지 부업을 해서 끝마쳤다.

절대 회사를 빨리 퇴근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업무를 대충하지도 않았다.

그 때 당시 회사에서의 내 광고주 비딩 수주율은 77%였고 회사에서도 인정받아 연봉을 15% 인상받았다.


내 본래 24년 계획은 부업을 병행하며 돈 잘 주는 회사에서 7월까지 일하며 재정적으로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너무 목표가 평소와 다르게 심플했나 보다. (내 건강과 삶의 방향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잔금 납부와 생활을 일상으로 돌리기 위해 돈만 생각했었다)
디테일하지 못한 것을 채우려는 심사였는지 내 건강과 시간이 그 목표에 갈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회사가 70%였던 내 인생에서 회사의 비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95%정도가 회사가 되었고 남은 5%는 부업이었다.
업무가 점점 몰렸고 권한은 없이 책임이 커지기 시작했다. 윗사람은 늘어나는데 실무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 아, 내가 나가기 전에는 제대로 인력채용이 이루어지지 않겠구나


야근을 하다가 결국 퇴사를 이야기 했다.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목표로 한다고 선언했던 게 10월이었던 것 같은데 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이렇게까지 빨리 이루어질 일인가.

퇴사하겠다고 말하니 사람들은 그제야 사람을 부랴부랴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대행사에 인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인계할 때 즈음에야 나는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다시 잘 볼 수 있게 되고 그 프로덕트를 몹시 좋아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퇴사하겠다고 말한 이상 무를 수는 없었다.
23년 12월 29일까지 점심약속도 한가득이었다.


[퇴사 원인 체크리스트]

업무강도 (X)

인간관계 (X)

책임소지 대비 권한의 부재 (O)

조직구조 미흡 (△) - 변화하는 중이므로 긍정적

편파적 복지 적용 (O)

프로덕트의 불확실성 (X)


확실히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책임소지 대비 권한이 부재인 상황에서 업무를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회사에서 지원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그리고 회사에만 올인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불안했다.

다들 잘 나가는 것 같고 다들 열심히 하는 것 같고 '나만 이렇게 나태한가', '이렇게 회사일만 해도 되나 다른 사람은 어떻게 시작한 거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내 네이버 블로그는 아직 아무 글도 올리지 못했다.


매달 150만 원 정도 나가는 고정비에, 부동산 오투자로 남은 각종 세금과 이자에... 나를 발목 잡는 것들은 무수했지만 항상 나는 잡지못하고 무수히 지나가는 눈앞의 기회들이 더 아쉬웠다.

물론 회사에 기여하는 것도 몹시 보람차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긴 하나, 계속 이렇게 시작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으니

때로는 항상 완벽하지 않은 '계획'이라는 것을 데리고 그저 나아갈 수밖에.

그렇게 나는 작은 부업 수익과 강의 이력을 들고 퇴사를 하게 된다.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6년 차 마케터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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