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차 | KPI가 없는 마케터
계획을 세우고 이뤄나가는 것.
그동안 그게 당연한 거였는데 나는 프리랜서가 된 해 목표를 잃었다.
지금까지는 목표가 있어왔고 목표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자금 관련 계획이었지만 나에게 목표는 몹시 중요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최근 프리랜서가 되고 난 뒤에 목표가 모호해졌다.
생각해 보니 기존에 자금 계획은 월급이 정기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계획이었고,
목표도 "업무시간 외"에 할 수 있었던 자기계발이나 부업 종류의 것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마치 iOS 14.5 ATT 개편 이전 광고 데이터 수신 동의(광고송출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기본값이었던 것처럼 항상 내 목표에는 "회사를 다닌다"라는 디폴트값이 설정되어 있었구나.
(예시가 좀 이상하긴 한데, 온라인 광고를 트래킹 한다는 것은 2021년에는 지극히 숨 쉬듯 자연스러웠던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광고판이 바뀌었다.
그리고 나도 상황이 바뀌었다.
쭉 뻗은 도로를 드라이브하던 직장인에서,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프리랜서로.
월급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해야 할 업무가 정해져 있지도 않고,
업무를 해야 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모든게 정해져있었던 직장인의 삶과 달리
프리랜서는 정해져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내가 지금까지 목표라 생각했던 것들은 단지 정해진 연봉계약 값 보다 조금 높은 값을 목표로 설정한 것 임을 깨달았다.
2월 20일에 적은 인정일기를 가져와봤다. (주변 지인들과 평일 하루끝에 내가 잘한 일을 인정해주는 일기를 쓰는 중)
이 날 목표에 대해서 한번 더 깊게 생각하게 된 하루였는데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목표가 뭔지 물어왔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들에게 꼭 입증을 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받았던 질문들
목표가 뭐야? > 살고 싶은 모습을 말한다
그럼 그 살고 싶은 모습이 뭐야? > 이런이런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그걸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고 지금은 이걸 하려고 한다고 대답
목표가 있는 것을 추천하는 조언들
이해가 됐다.
예전의 나라면 계획 없음 은 계획에도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사실 지금도 목표는 있어야 함에 공감한다.
내가 지금 목표를 정의하지 못했을 뿐,
사람마다 목표의 정의가 다를 테니.
그날 저녁 마침 내가 끄적인 일기를 읽고 지인이 글귀를 하나 보내줬다.
<Forget about goals, Focus on systems instead>
* Goal = about the results you want to achieve
* Systems = about the processes that lead to those results
If you're an entrepreneur, your goal might be to build a million dollar business.
Your system is how you test product ideas, hire employees, and run marketing campaigns.
If you completely ignored your goals and focused only on your system,
would you still succeed? I think, you would.
If you want better results, then forget about setting goals. Focus on your system instead.
Goals are good for setting a direction,
but systems are best for making progress.
- Atomic Habit('아주 작은 습관의 힘' 원서)
시스템에 포커싱 하라는 구절이었다.
마침 나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목표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꼭 이뤄야 할 것 같고 막상 하려고 하면 무거웠는데.
여기서 나에게 가장 핵심은 문장은 단연코 이거였다.
" Goals are good for setting a direction, but systems are best for making progress."
누군가 이렇게 속삭이는 느낌이었다.
'방향을 설정하기보다는 탐색하는 시기야. 그러니까 네가 살고 싶은 모습을 이룰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봐.'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어떤 시스템?
시간적으로 80%, 공간적으로 100% 자유롭되, 일을 하며 내가 방문하고 싶은 공간에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시스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금과 용기.
지금의 나는 외주 업무에 시간을 조금 더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바꾸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그때까지 가기 위해 단연코 목표는 필요하다.
시스템을 만들기까지의 주춧돌이 되어 줄 아주 사소한 목표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To do를 적는다.
블로그 글을 쓰고, 브런치 글을 쓰고, 외주 업무를 하고, 강의를 가는.
결국에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매일의 할 일이 쌓여야만 가능한 거니 아직 정확한 목표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시간적 자유를 달리 생각하면 결국 글을 쓰며 보내고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보내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시간적 자유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글은 '회고 혹은 정보성 전달, 창작' 셋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면 일로 느껴지지 않게 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내 일부가 되고, 이 모든걸 물 흐르듯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외주의 모습이든, 팀원을 만들든, 내가 계속 쓰든)
이게 바로 시간적 자유를 만드는 시스템이 아닐까.
어찌 되었건 그동안 막힘없이 썼던 신년 계획보다 올해 계획은 특별히 특별할 것이다.
지금부터 쓰는 나의 2024년도 올해 버킷은 지난날과는 달리 방향이 있을 테니까.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7년 차 마케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