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영감사전 25 - (8) 관심
“싸가지 없이 어른한테 말대꾸하지 마. 기분 나쁘다고 말 놓지 마. 말보다 감정 앞세우지 마. 어른 보면 먼저 인사하고, 웃을 일 없어도 웃으면서 살아. 그래야 없던 복도 들어와. …… 장하다. 버텨내느라.” 엄격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김혜수의 명대사가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자칫 ‘꼰대 같은’ 표현이 될 수도 있는 문장인데, 이 대목에서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실제 이 대사를 처음 쓰고, 꼰대 같나? 잠깐 멈칫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대사를 쓴 이유는, 실제로 유리 같은 소년들 주변에 아이를 위해서 진심으로 꾸짖는 어른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꾸짖는 것도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꼰대라 할지라도' 유리를 위해서 쓴소리를 한 사람은 은석이 처음이었을 거다. 그 공감은 꾸짖음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시청자들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그 장면에서 두 배우 분들이 연기를 끝장나게 해 주었다.
최근 방영한 <소년심판>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오랜만에 끝까지 정주행 했던 드라마였어요.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심은석 판사는 죄를 지은 소년들에게 무심하지만, 무심하지 않습니다. 관심과 애정을 담아 굳이 '싫은 소리'를 합니다. 다른 판사들처럼 감정을 제거하고, 판결만 신속하게 내려도 되는데 말이죠. 극본을 쓴 김민석 작가는 이 같은 은석의 캐릭터에 시청자가 공감하는 이유를 그녀가 가진 '진정성', 즉 관심과 애정이라고 설명합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것은 적잖이 에너지가 드는 일입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시대에 는 점점 더 희소한 일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극 중 심은석 판사와 같은, 젊은 세대의 성장을 돕는 공동체의 '어른' 들이 현실에서도 늘어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 라떼만 읊는 '꼰대'는 사양이겠지만요.
*Photo by NETFLIX via Korea 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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