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건강해야 우리 가족도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2014년 8월 25일. 떨리는 마음으로 수술대에 오른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당시에는 그저 멍하니 아무 생각이 없었고 맘속 깊이 원망만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내가 걸린 뇌종양이 무섭고 위험한 병인지 잘 체감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병실 환자 중에서 내가 제일 어리고 제일 건강하고 제일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했고 암에 대해서 실감하지 않았으니까.
생명연장을 바라던 회사를 작년에 퇴사했다. 퇴사 당시에는 돈 나올 구멍을 여러 개 파놓고 수입이 발생하면 구멍을 더 파고 아님 말고 전략이었다. 3년 지난 시점에 깨달음은? 한 구멍에서 돈이 나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구멍을 잘못 팠거나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PT 기획서 작성, 외부 강의, 디지털 대행사 3개월 단기 알바, 사입, 에어비앤비 운영 등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최근에는 반도체 펀드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용 PPT 작성 대행도 했다. 물론 작년까지 받던 연봉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지출을 줄이고자 관리를 하지만 쉽지 않다. 3-4개월에 한 번씩 자금 압박이 온다. 압박 당시에는 숨이 꽉 막힐 정도로 답답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지만 지난 3년을 되돌아보니 참 잘 지내왔다는 생각이 든다.
위기가 올 때는 뭔가 해결책이 함께 온다.
대기업 부장 2년 차 불안감 증대 > 대학원 진학 > 해외연수 > 수업 도중 쓰러짐 > 휴직 > 뇌종양 수술 > 복직 > 브레인트레이너 자격 취득 > 책 쓰기 시작 > 1주년 돌잔치 > 댄스스포츠 시작 > 퇴사 > 교정 시작 > LG 트윈스 원정 응원 시작 > 브런치 시작 > 단독주택 살이 > 외부 강의 > 에어비앤비 호스트 시작 > MBC 생방송 오늘 저녁 출연 > 수영, 스피닝 시작까지. 3년 전 삶과 비교하면 많이 바뀐 삶이다.
지난 4월 볼드 저널과 함께하는 브런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 우리 집 이야기를 올렸는데 그 글을 MBC 최지원 작가가 읽고 <재귀당> 박현근 소장 통해서 연락이 왔다. 건축주 집을 꼭 촬영하고 싶다고. 그래서 2박 3일 촬영하고 5월 16일 방송에 나오게 됐다. 손윤미 PD가 촬영했는데 아이들 때문에 2박 3일 동안 고생하셨다. 지난 수요일 동네 다른 단독주택 촬영으로 오셨다는데 베란다에 아이들 간식을 놓고 가셨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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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촬영하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 스스로 패턴이 무너지고 있는 건 아닌지. 언젠가부터 말수가 적어지고 웃음도 적어지고 대화가 적어지는 것은 아닌지. 샐러드보다 고기를 먹게 되고, 와인 한잔 한잔 마시다 보면 한 병이 되고, 매일매일 산책은 큰 월례행사처럼 되고... 두 번째 돌잔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무뎌졌나 보다. 반성한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어머니께 죄송스럽다. 오늘 아침에도 어머니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게 보였다.
브레인 트레이닝 핵심은 메타인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변화 시작점이다. 3년 전까지는 내 걱정과 고민이 업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내 건강 중심이다.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내 호흡이 어떤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내가 건강해야 우리 가족도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뇌종양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는 이유다.
오늘로 세 돌을 맞았다. 세 살이다.
40년 전 세 살 일 때는 인간으로서의 생활을 못 했지만 두 번째 맞이하는 세 살은 후회없게 생활해야 하지 않겠나? '돈 벌면 해야지' '시간이 생기면 해야지' 처럼 나중에 라는게 없어졌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한다.
나는 지금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