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주 : 2020년
코로나 시국에서 좋은 점을 찾다니. 보기만 해도 화딱지가 나는 문장이다. 그런데도 굳이 긍정을 이야기하는 건, 상처뿐인 2020년에서 조금이라도 좋았던 점을 찾아 위안을 얻고 싶어서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일지언정 후시딘이라도 바르고 작은 대일밴드라도 붙이고 싶다.
2020년은 코로나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는 해가 되었다. 1988년에는 올림픽, 2002년에는 월드컵이 축제의 장을 열었다면, 2020년은 코로나가 온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 질병은 한 해의 시작과 함께 퍼졌고, 공교롭게도 첫 백수 생활과 시기가 겹쳤다.
퇴사 후, 재취업 전에 백수 생활을 즐기며 몇 번의 해외여행과 한 달 살기를 해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외여행은 꿈같은 일이 되었고, 국내 여행도 확진자 추이를 보며 시기를 정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혼자 사는 나는 정말 오롯이 혼자 남았다.
평소 나에 대한 고민을 꽤 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등 아직도 나를 잘 알지 못해 셀프 질의응답 시간을 수시로 가진다. 코로나는 이런 질의응답 시간을 곱절로 늘려줬다. 원치 않았지만 온전히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아마 다신 없을 시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많은 시간에도 여전히 나를 잘 모른다는 게 함정이다. 그래도 나를 알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니 내가 모르는 틈에 조금씩 나를 찾고 있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 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이 희미해질 즈음엔,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듯이 좋은 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라고 좋게 넘어가는 여유로운 성격 형성을 위해 지금 이 시간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좋은 점을 찾기도 힘든 2020년이었다. 연말은 항상 아쉽지만, 올해는 아쉬움보다는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이제 2주도 남지 않은 2020년의 마지막 이주를 기록하며 2020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본다.
"이천이십년아!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글쓰기 모임 <이주>
이 주에 한 편씩 생각을 글로 옮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