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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각시 Jan 03. 2020

<아워바디>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 사이에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음




영화 <아워바디>의 주인공 자영은 자신의 욕망을 상실한 채 살아간다.


자영은 8년 차 행시 준비생이다. 자영의 삶은 시험에 맞춰진 삶이다. 대부분의 고시생이 그러하듯 삶의 반경은 책상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시킬 뿐 공부에 방해되는 욕망들은 모두 합격 이후로 유예된다. 오랜 연인과의 섹스가 감정의 공유나 사랑의 언어라기보다는 일상적이고 기계적인 행위로 비쳐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욕망을 포기당한 채 살아가는 자영에게 현주와의 만남은 새로운 욕망을 찾아가는 계기가 된다. 자영은 동네에서 우연히 달리기를 하는 현주와 마주친다. 현주의 건강한 바디라인과 탄탄한 근육을 바라보며 자영은 유예된 욕망을 ‘지금 여기’로 소환한다. 자영의 주변 인물들은 달리기를 자영이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으로 보지만 자영에게 달리기는 도피가 아닌 생에 대한 의지다. 자영이 달리기를 시작하며 ‘건강한 몸’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삶의 활기 또한 되찾았다. 욕망은 곧 생명력이다.



하지만 현주의 죽음으로 자영은 방황한다. 자영이 욕망하는 대상이 현주의 몸이었는지, 현주 그 자체였는지 자신조차도 명확히 답을 내리지 못했던 탓은 아닐까.

 

자영은 현주 없이 혼자 달리기에 매진하며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자영은 인턴 시험을 본 기업의 부장과 섹스를 하게 된다. 술에 취해 감정에 이끌려서도, 인턴 합격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서도 아니었다. 현주의 성적 판타지인 나이 많은 남성과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현주 대신 실현하며 본인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구체화하려는 시도였다.


현주의 욕망을 좇던 자영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알게 된다. 자신이 번 돈으로 호텔에서 제일 비싼 객실을 골라 그곳에서 혼자 ‘섹스’를 한다. 


자영은 공무원이 되지도, 인턴에서 정규직이 되지도 못했기에 혹자는 이를 새드엔딩이라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직시한 뒤 추적하는 삶을 찾은 자영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해피엔딩이 아닐까.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신의 욕망을 성실히 충족하는 삶. 마이바디, 마이 라이프를 찾은 자영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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