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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n 24. 2024

디지털 시대의 유물 : 자격증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챗GPT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답변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답은 AI가 더 잘하고 더 빠르게 하니 애써 답을 만들려는 노력은 인제 그만두고 AI가 답을 잘할 수 있도록 질문을 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쉽게 동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질문을 잘하는 기술을 배워야 하고, 기술을 배운 사람들에게는 자격증을 수여한다는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또는 프롬프트 디자이너(Prompt desinger)라는 업종이고 자격증이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챗봇에 있어서 프롬프트는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모니터에 나타내는 표시 또는 입력값’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질문창 또는 질문창에 질문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결과물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이 질문창에서 질문을 잘 설계하는 사람을 말한다. 생성형 AI 이전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어느 정도 전문직이었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별도의 명령어를 배워야 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컴퓨터가 사람이 평소에 사용하는 자연어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평범한 업무가 되어 버렸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물론 아직은 AI 사용 능력 또는 경험에 따라 결과물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계속 생성형 AI를 출시하고 있고, 같은 회사 상품이라도 버전이 달라 상품별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도 않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자격증이 등장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생성형 AI는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그리고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을 잘 습득하면 취직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 문구를 내건 기관이나 협회가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자격증 관련 정보사이트에는 14곳의 단체에서 프롬프트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곳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은 모두 민간자격증이다. 자격기본법에 의거 국가 외의 자가 신설하여 관리·운영하는 자격증이며, 관할 관청에 등록 후 적절한 과정만 수료하면 발급할 수 있다. 과정 개설과 자격증 발급 모두 쉽게 이루어진다. 이 자체는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민간자격증 대부분이 실제 업무에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취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큰 구직 사이트 사람인의 인재풀에 들어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검색하면 전체 구직자 중 소수의 구직자만 프로필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언급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어 사회적으로 활용되면, 당연히 처음에는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국가는 그 사람들에게 일정한 자격을 부여해 사회적 복지 증진 및 지식의 확산을 유도했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수용했다. 자격증 중 꼭 필요한 업종은 국가에서 특별히 관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민간 기업들의 업무 처리가 국가 기관의 업무 처리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이면서 자격증보다는 실질 업무 능력 및 경험이 중요하게 되었다. 기업에 들어가 며칠이면 습득할 수 있는 업무 처리 능력을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배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예를 들어, 한때 인터넷정보검색사라는 자격증이 있었다. 1996년에 만들어져 1997년 첫 시험이 치러졌고, 2006년부터 인터넷정보관리사로 명칭이 변경되어 운영되어 오다가 지속적인 응시 수요 감소로 인해 2022년을 끝으로 폐지되었다. 누구나 인터넷 정보검색을 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이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스펙에 플러스가 될 만한 요인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이다. 2009년 한 일간지는 도전해 볼 만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소개한다면서, PC운용 능력시험, 정보기술자격 인증시험, 마이크로소프트 인증 자격증, 정보검색원, 컴퓨터 속기사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유효한 자격증은 하나도 없다. 


AI를 포함한 IT 분야의 자격증이 실력을 인정해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자격증은 변화의 속도가 정체되어 있거나 느린 시대에 탄생한 사회적 구성물이다. 지금은 자격증 하나 취득하는 동안에도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좋은 성과물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사용자들을 위한 UI, UX 업그레이드로 핸드폰 사용이 힘들었던 노인 세대들도 이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니즈, 시장의 변화를 알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능력, 그 능력을 뒷받침하는 실력이나 태도이지 유행 따라 만들어지는 일시적 자격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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