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아재로드_다섯

나는 지금 여기 보상 우산마을

by ki




# "Life begins after coffee"



치앙마이에 온 지 꽤 오래되어 갑니다.

긴 여행은 단골집을 만드나 봅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곳을 만들어 갑니다. 어느새.


life begins after coffee_DOLCETTO cafe

지나가다 본 어느 카페의 슬로건, '그렇지! 그렇지! 일단 커피 먼저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그날 이후 마이 라이프도 매일 아침 이곳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빈 속에 밀어 넣는 까만 커피는 참 쓰고 참 달기도 합니다.



# 화려한 마을



보상 우산 마을에 왔습니다. 아재지만 아재처럼 택시만 타고 다니니까, 여기가 지도상 어딘지 전혀 모릅니다.

그래서 지도상이 아니라 택시비상으로 말해보면 님만헤민에서 택시로 200밧이 넘는 거리만큼에 이곳 보상 우산마을이 있습니다.


택시를 탄지 한 10분이 지났을까?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묻습니다. 거기 왜 가냐고.

'뭐지? 관광객이 관광하러 관광지에 가는데 왜 가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지?'

침묵이 흐릅니다.


안 가게 생긴 놈이 혼자, 조폭같이 생긴 놈이 혼자, 물병 하나 달랑 들고 혼자, 단체 관광지에 혼자...

'풉'

내가 기사 아저씨였어도 물어봤겠다 싶습니다.


여하튼 조폭같이 생긴 놈이 혼자 단체 관광지에 온 이유는 우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나무살 한 땀 한 땀, 내 인생에 장대비가 내리기 전에

대나무살 한 땀 한 땀, 내 인생에 장대비가 내려도 걱정 없게

내 우산 하나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재처럼 뒷짐 지고 마을을 둘러봅니다. 시 한 편 문뜩 떠오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_나태주, 풀꽃들


우산 너도 그랬습니다

우산 너도 자세히 보니 더 예쁘고,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아재 감성에 빠져 신나게 사진을 찍는데 카페라 랜즈에 다른 세상이 들어옵니다.



# 충분해 지금 그대로


아직 붙여지지 않은, 아직 칠해지지 않은, 아직 덜 마른, 아직 덜 잘린

아직 아무것도 아닌 것들, 아직인 것들.


그것들이 눈물 나게 예뻤습니다

'충분해. 충분히 예뻐. 충분히 사랑스러워. 너희들 모두'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아직 아무것도 아닌, 아직인 것들에게, 딱 나 같은 것들에게!

아! 아재의 눈에 형형색색무채색 눈물이 흐릅니다.


오늘은 젊은것들에게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재! 아재도 아무것도 아닌 그냥 아재지만 충분히 예뻐요"




2018년 1월 어느 날 @ chiang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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