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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Sep 05. 2022

전문직도 인디펜던트 워커가 될 수 있을까?



제목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 같다.

'전문직? 당연히 인디펜던트하게 살 수 있지! 장난해?'


예.. 장난 아니구요.. 조금 진정하시고 제 얘기를 들어보시라.


흔히들 전문직 하면 돈 빵빵 버는 여유로운 생활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점점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늘 공부해야만 하고, 정년이 없으니 은퇴도 없이 평생 좁은 진료실에 갇혀 있어야 하고.. 애로 사항이 꽤 많다.


그리고 누구보다 인프라에 의존적이기 때문에―(의료법 상 의료기관 이외의 장소에서 의료행위 불가능)―진료실을 벗어난 '인디펜던트한 삶'은 꿈꿀 수도 없다. 여태껏 몸 바친 전공을 포기한다면 모를까. 배운 게 도둑질이라 이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아,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개발자들 너무 부럽다.


..라고 푸념하듯 적었던 게 작년 4월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평생 진료실에서 썩어갈 줄만 알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위워크에 있고, 전문직 치고 나름 꽤 인디펜던트한 삶을 살고 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나?) 오래간만에 '작가의 서랍'을 뒤져보니 흥미로운 메모들을 발견해 글을 써본다. 한창 '브랜딩'에 꽂혀 있었던 시절. 다 <인디펜던트 워커>라는 책을 읽고 적은 메모들이다.


나도 1인 기업가가 될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 자체를 브랜딩할 수 있을까. 여러 직군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집 <인디펜던트 워커>를 읽었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직업과 삶을 갖고 싶다.


저 문장에 밑줄을 그어 놓았기 때문일까. 지금은 얼추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회사에서 콘텐츠 마케터이자, 영업 담당이자, 강의 운영 매니저이자, 커뮤니티 관리자이다. 확실히 한 단어로는 정의할 수 없다. ('잡부' 정도랄까) <인디펜던트 워커> 강추합니다.




입사 5개월 차, 스타트업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마다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개원은 언제 할거냐고. '전문직이니까 결국 병원을 운영할 거 아니냐'는 거다. 그들에게 나의 퇴사는 시간문제고, 지금 일은 값비싼 취미처럼 느껴지려나.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잘 모르겠고 저는 지금 이 일이 재밌는데요?"


그런데 요즘은 엄마도 개원은 언제 할거냐고 물어본다. 엄마 미안..


나는 이 일이 왜 재밌을까. 아무래도 책에 나온 것처럼 '일과 딴짓의 경계를 허물고 몇 가지를 버무려내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평소에 좋은 표현을 고심해서 쓰거나 끝모르게 상상에 빠지는 걸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면 지금 하는 일이 그런 일들이다. 기발한 상상을 하고, 그걸 현실의 언어로 바꾸는 일. 그리고 최대한 매력적으로 다듬는 작업까지. 신기하게도 여태껏 했던 딴짓들이 다 조금씩 도움이 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좋은 문장을 기록해두는 습관. 작은 커뮤니티를 운영해본 경험. 사업계획서를 써봤던 경험. 영상, 방송,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했던 경험 등등. 그러니까 딴짓을 하세요 여러분.  





한편, 최근 읽은 책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엔 꽤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었다. 점점 똑똑해지는 기계가 결국 전문직을 대체할 것이라는, 아주 서늘한 전망과 함께. (전문직의 입장에서 썩 반가운 결말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회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에 전문직들은 어떤 전문성을 가져야 할까? 나는 더더욱 업의 경계를 허무는 쪽으로, 그러니까 전문직 면허에 인디펜던트해지는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전문직 중에서도 멀티 플레이어 또는 특히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리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다재다능한 능력이나 감각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전문직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따로 있다. 바로 '용기'다. 

전문직을 선택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학창 시절에 공부 잘했던 ? 선생님   들었던 ? 아니, '겁이 많다' 점이다. (환경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직 중에서는 극단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역시 그랬고, 부모님은 특히  그러셨고 말이다. 그들에게 리스크는 제거 대상일  관리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전문직은 '변화'라는 분야에서만큼은 가장 취약 계층이다. 겁이 많기 때문에  동안 쌓아둔 것이 많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잃을  가장 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정을 봐주는 법이 없다. 직업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전통적 전문직마저 그 전문성이 흔들리는 미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안전 가옥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안전한 선택지가 알고 보니 가장 위험한 선택지로 밝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신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나쁜 행동은 안전한 플레이를 하려는 것, 현상 유지적이고 익숙한 것에만 집착하는 것, 어떤 시도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아이디오는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일을 시작하고부터 워라밸 따위는 없고(어제는 일요일인데도 출근했고 10시에 퇴근했다) 업무는 정말 literally 산더미인데, 그래도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든다. 목표는 지금보다  인디펜던트하게 살기. 결국에는 전문직이라는 '타이틀'  커리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한 줄어들 때까지, 적극적으로 딴짓을 하고 적극적으로 실패를 추구하기. 나 화이팅.


(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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