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탄도항에서 발견한 보물같은 순간들
안산 선감도에 위치한 어항인 탄도항은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 여러 매체에서 소개가 된 덕에 사람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유명한 노을 명소입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붐비는 공간을 썩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이곳은 왠지 그런 번잡함도 노을의 풍경 속에 예쁘게 담길 것 같아 큰 우려 없이 방문하게 됐습니다.
서해는 어디든 낙조가 유명하지만 이곳이 유난히 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동화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풍차와 만조 때는 물에 잠기는 신비로운 물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인생샷'이라 하는 것을 건지기 위해 많은 이들이 만조 때를 기다렸다가 발만 물에 담기도록 길 위에 서서 사진을 찍습니다만 저는 그저 노을이 지는 마법같은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저는 풍차가 있는 풍경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바람의 힘을 말미암아 전력을 만들어낸다는 기술적인 이해를 차치하고 그저 풍경의 요소로써 그것을 바라볼 때면 왠지 모르게 설렘의 감정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제가 유년시절에 보던 동화에서 주인공이 풍차가 있는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자주 봤던 터라 그것이 풍차에 대한 설렘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큰 몫을 한 것 같은데, 사실 어떤 연유로 제가 풍차를 볼 때마다 설렘의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근거는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들 있지 않나요? 왠지 모르게 보기만 해도 설레는 무언가가 말이죠. 이런 것들이 삶에서 많아질수록 행복지수가 소소하게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창밖으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뻥튀기 아저씨가 "뻥이요~" 외치는 소리, 어둠이 깔리면 잔잔하게 들리는 풀벌레 소리, 여름에만 맡을 수 있는 모기향 냄새.
아무튼 탄도항에는 제가 좋아하는 풍차와 노을이 있기에 저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노을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노을이 뭐가 예쁘냐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면 꼭 그를 탄도항에 데려가야겠다고. 그럼 누구든 노을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