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맥주 브랜드 '기네스'가 기네스북을 만든 이유

by 강센느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수식어만 들어도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 각지 및 각 분야의 독특하고 신기한 최고 기록의 모음과 이를 정리하여 소개하는 책으로 유명한 ‘기네스북(Guinness Book of Records)’입니다.


흔히들 기네스북이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만든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기네스북은 우리가 잘 아는 흑맥주 브랜드 '기네스(Guinness)'에서 만든 책입니다. 이는 마치 미쉐린 가이드가 미쉐린 타이어에서 만든 미식 가이드임에도 완전히 카테고리가 다른 이유로 사람들이 쉬이 둘을 연관 짓지 못하는 경우와 유사합니다. 대체 기네스는 왜 세계의 독특한 기록들을 모아서 책을 출간했을까요?



1954년, 기네스의 전무이사로 재직하던 휴 비버(Hugh Beaver)는 새 사냥에 나섰다가 실패한 후 사냥 클럽 멤버들과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가 무엇인지를 놓고 언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휴대폰 검색이 불가하던 당시에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지구상의 온갖 진기한 기록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주제가 꽤나 자주 술자리에서 언쟁의 주제로 다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는 맥주 회사의 전무이사였기에 이러한 기록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하면 술자리에서 고객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직감했습니다.


그렇게 세계 비공식 기록들을 한데 모아서 기네스북을 출간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초판 5만 부가 한 달 만에 매진되었고 그 결과 출간 첫 해에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기네스 흑맥주를 더 잘 팔기 위한 마케팅 수단 정도로 생각했던 책이 맥주만큼 잘 팔리는 히트 상품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기네스는 기네스북 출간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연례적으로 발표하기로 결정했고, 매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덕분에 오늘날에는 누적 1억 5천만 부 이상 판매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가 되었습니다.


기네스의 기네스북 개발기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브랜드가 고객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 위한 방법을 찾을 때 꼭 동일하거나 유사한 카테고리의 방법론에 갇힐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술자리에서 고객들이 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목적의식 덕분에 기네스북이라는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기네스처럼, 혹은 고객들이 우리의 타이어와 함께 더 많은 곳을 여행 다니고 맛있는 것을 즐기면 좋겠다는 목적의식 덕분에 미쉐린 가이드를 만든 미쉐린처럼 분명한 목적의식(브랜드의 사명)만 분명히 지키면서 방법론은 카테고리의 제한 없이 열어둔다면 얼마든지 고객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keyword
화, 목 연재
이전 25화10배 비싼 선풍기도 완판 하는 '발뮤다'의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