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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담배 '말보로'가 남성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방법

by 강센느

수많은 담배 브랜드 가운데서도 '말보로(Marlboro)'는 유독 마초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이는 여러 영화에서 마초 캐릭터가 말보로를 피는 장면이 자주 노출된 덕분이기도 한데, 이러한 거친 이미지는 의외로 단순히 우연이나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브랜드가 기획하고 연출한 전략의 산물이었습니다.


영화 <영웅본색>에서 말보로를 피는 주윤발


놀랍게도 말보로는 원래 여성용 담배였습니다. 1924년에 처음 등장한 말보로는 ‘Mild As May’라는 광고 슬로건과 함께 부드럽고 세련된 여성용 필터 담배로 시장에 출시되었습니다. 특히 필터 끝이 갈색이었던 이유는 립스틱 자국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는 당대 여성 소비자들의 니즈를 섬세하게 반영한 디테일이었습니다.


©Marlboro


하지만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은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시장 사이즈가 작고, 브랜드 확장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이에 말보로는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타깃을 남성으로 바꾸고, 브랜드 페르소나를 새롭게 구축하여 시장 사이즈를 확장하기로 한 것입니다.


©Marlboro


여성용 담배라는 시장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 말보로가 선택한 방법은 마초적 성향이 강한 카우보이 캐릭터를 모델로 내세운 '말보로 맨(Marlboro Man)'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말보로는 이 캠페인을 통해서 광활한 평원에서 말을 타고 말보로 담배를 피우는 터프한 남성상을 제시했고 점차 사람들은 '말보로=마초의 담배'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말보로 맨 캠페인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1954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800만 개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1%도 안되던 말보로가 캠페인 이후인 1955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60억 개로 급증했고, 1957년에는 200억 개로 증가했습니다. 이를 단순 비교해 보면 1954년 연간 판매량의 3배에 해당되는 수량인 5,400만 개가 1957년에는 단 하루의 판매량인 수준입니다.


브랜드가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탑다운으로 메시지를 뿌리는 것보다 소셜미디어에서 소비자 간 입소문과 공감을 통해서 바텀업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는 요즘의 마케팅 트렌드 관점에서 봤을 때, 말보로 맨 캠페인 사례처럼 매스미디어 캠페인만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 요즘 미디어 환경에서는 매우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메시지를 선명한 이미지와 카피로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캠페인이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주요한 브랜드 활동인 것은 여전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대중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싶다면, 소셜미디어로 고객과 오랜 기간 소통하면서 관계성을 쌓아야 한다는 '요즘의 마케팅'이 요구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말보로 맨 캠페인처럼 강력한 캠페인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100번의 일상적인 만남보다 1번의 일탈적인 만남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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