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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서 성공한 4,000원 선글라스 ‘goodr'

by 강센느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근사한 브랜딩을 꿈꾸지만, 대부분은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되므로 원하는 브랜딩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국내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이 창업 후 5년 내에 폐업한다는 통계만 봐도, 초기 자본이 부족한 브랜드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딩보다는 '생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규모 브랜드는 브랜딩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외려 요즘에는 소규모일수록 브랜딩을 해야 하고, 또 브랜딩을 하기에 더 유리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미국 스포츠 선글라스 브랜드 'goodr'입니다.


©goodr


이 브랜드는 창업자가 돈이 없어 초기에 자신의 아파트를 창고 겸 사무실로 사용하고 Alibaba에서 4,000원대의 저렴한 원가로 선글라스를 주문 제작하여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마치 국내에서 스마트스토어로 사업을 시작하는 소규모 브랜드 창업자들과 유사한 모습인데요. 이들이 타깃 한 시장은 러너용 선글라스라는 니치(niche)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놀랍게도 연매출 4,690억 달러(한화 기준 약 650억 원)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창업자 Stepene Lease의 사업 초기 모습 (@stephenlease)


이들이 이토록 놀랍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브랜딩'에 있었습니다. 그냥 브랜딩이 아니고 '결핍 속의 브랜딩'이었죠. 앞서 설명하였듯 창업자인 Stephen Lease와 Ben Abell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없이 자신들의 아파트를 창고 겸 사무실로 활용하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제품 제작은 Alibaba 등의 저렴한 원가 생산 경로를 활용했죠. 그들이 만약 이렇게 비용 절감에만 신경을 썼다면 아마 goodr는 다른 저가형 브랜드들과 가격 경쟁만 하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케팅 예산이 없다는 점을 단순히 가격 경쟁으로 해소하려고 하지 않았고 '지루한 스포츠 선글라스 시장에 유쾌함을 더하겠다'는 브랜드 미션 속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브랜딩 전략을 모색했습니다. 예컨대, 제품명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정체불명의 코드로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밍고들이 술 마시며 유람선을 타는 중(Flamingos on a Booze Cruise)"과 같이 유쾌한 네이밍을 적용하였고 이를 통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통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goodr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25 수준의 저렴한 가격대, 그리고 취향에 맞춰서 쓸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 1년 보증과 30일 무료반품이라는 파격적인 혜택까지 제공하는 등 선글라스의 본질인 제품력과 서비스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이 모든 브랜딩 전략은 흔히 말하는 브랜드 마케팅 비용이 드는 브랜딩 방식이 아닙니다. 오로지 Product 영역에서 이뤄진 노력들이기 때문에 마진이 일부 줄어들 수는 있어도 흔히 브랜드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매체비, 제작비 등의 추가 예산이 발생하는 활동들은 아니죠.


일반적인 창업자 혹은 마케터였다면 적은 예산으로 어떤 매체를 활용하면 최고 효율의 ROAS(광고비 대비 수익률)를 뽑아낼 수 있을지 고민했겠지만 그들의 고민은 이처럼 시작점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goodr는 러너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져나갔고 브랜드를 사랑하는 팬덤까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goodr


만약 goodr가 넉넉한 자본으로 시작했다면, 과연 이와 같은 유쾌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결핍은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말처럼 자본의 부족, 소규모 시장 접근, 작은 시작은 오히려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돈이 없어서 안 돼" 혹은 "시장 규모가 작아서 안 돼"라는 변명을 하기 전에, 그 결핍을 어떻게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점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업자의 아파트에서, 최저가로 제작한 브랜드 goodr도 자신만의 색을 강조하며 시장 사이즈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좋은 증거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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