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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가이의 커뮤니티를 만든 '할리데이비슨'

by 강센느

세상에는 수많은 오토바이 브랜드가 있지만, 오토바이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유명한 브랜드는 아마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이 유일할 것입니다.


ⓒHarley-Davidson


거대한 엔진 소리, 오토바이의 묵직한 외관, 블랙 레더 재킷을 입은 중후한 중년 남성들.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높은 해상도로 연상되는 이 브랜드의 사용자 이미지는 단순히 할리데이비슨의 마케팅 활동으로 형성된 이미지가 아닙니다. 할리 데이비슨이 이렇게 확고하고 선명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따로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의 브랜드 이미지가 선명해지는데 가장 크게 일조한 것은 바로 '커뮤니티'였습니다. 1983년, 할리 데이비슨은 H.O.G.(Harley Owners Group)라는 이름의 공식 사용자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임은 단순한 브랜드 사용자의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끼리 경험을 공유하고, 투어에 함께 나서고, 정비 팁을 나누며 우정을 쌓을 수 있는 플랫폼이었습니다.


ⓒHarley-Davidson


요즘에야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같은 자동차 브랜드를 타는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이 일반적이지만 이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브랜드가 나서서 이런 모임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고 그 덕분에 이 모임은 급속도로 커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오늘날에는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멤버가 활동하는 거대한 브랜드 커뮤니티가 되었습니다.


이 커뮤니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할리데이비슨의 팬들 덕분에 할리데이비슨을 모르는 일반 대중들도 이 브랜드가 어떤 사람들이 타는 브랜드인지, 더 나아가서는 이 브랜드를 타고 다니면 어떤 사람처럼 보이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유로 터프가이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할리데이비슨을 찾게 되었죠.


이처럼 할리데이비슨이 커뮤니티를 운영한 덕분에 터프가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매개체로 하나둘 모였습니다. H.O.G. 멤버들은 투어뿐 아니라 자선 행사, 생일 파티, 심지어 결혼식까지 브랜드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이 단순히 이벤트 참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로 브랜드 스토리를 확장시킵니다. “할리를 타는 나”라는 캐릭터는 브랜드가 일방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 스스로가 만들어간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모든 브랜드가 브랜딩 활동을 통해서 만들고 싶어 하는 '팬덤 형성'의 본질적인 원동력이니까요.


할리데이비슨은 단순히 오토바이를 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진짜로 팔고 있는 것은 ‘정체성’과 ‘소속감’입니다. 할리데이비슨보다 가성비 좋은 오토바이 브랜드가 시중에 많이 있음에도 할리데이비슨이 더 사랑받는 이유는 할리데이비슨이 단순히 제품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 즉 커뮤니티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브랜드가 진정한 팬덤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비슷한 라이프스타일,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안에서 브랜드가 ‘우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할리데이비슨이 단순한 오토바이 브랜드를 넘어, 문화가 된 비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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