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윤맘 May 14. 2022

이유식과 새벽배송 그리고 애증의 무항생제 한우


오늘도 마켓 컬리와 오아시스 장바구니에는 무항생제 한우 다짐육이 담겨있다. 곧 돌이 되는 둘째의 이유식 재료인데, 늘 떨어지지 않게 사둔다. 다짐육은 20~30g가량으로 소분된 걸 사서 냉동실에 두고 이유식을 만들 때마다 쓰는데 워낙 소진이 빨라서 늘 사둬야 한다.


생후 180일이 지나면 엄마에게 받은 철분이 고갈되면서 결핍된다. 따라서 꼭 소고기로 보충을 해야 한다.


영유아 검진을 받을 때도 의사 선생님이 늘 고기를 잘 챙겨 먹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빈혈이 오기 십상이기 때문에.


암튼 이 시기에 소고기 섭취가 중요하기에 늘 이유식 식재료로 사서 먹이는데, 여기서부터가 참으로 속상한(?) 이야기다.


아이를 위해 좋다는 한우를 사고! 또 무항생제를 사고! 또 신선하게 받기 위해 새벽 배송으로 산다!

결국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150~200g이 보통 만원에서 이만 원가량한다.


비싼 돈 주고 산 소고기를! (엄빠&누나도 잘 못 사 먹는 무항생제 한우) 밤잠을 이겨가며 불린 쌀에 이것저것 채소 다 넣어 정성스럽게 가스불 앞에 서서 한참을 저어 가며 만든다. 다음날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하지만 아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거 반, 뱉는 거 반, 손으로 수저 쳐서 흘리는 거 반이다. 비싼 한우와 나의 노동력이 투입된 이유식이 바닥 가득 떨어진 걸 보면 나의 땀과 눈물도 같이 흐른다.


허나. 엄마는 포기를 모르지.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친절한 솔~톤을 유지하며 "아이구 이쁜 우리 아들, 한 입만 더 먹자~ 아쿠 잘 먹네! 맘마! 냠냠 쩝쩝 꾸울꺽" 소리를 드높인다.


허나. 아들 역시 포기를 모른다. 도리도리를 해대고 입에 들어간 이유식을 다시 뱉어서 온데 다 묻히고 촉감놀이를 한다.


첫째가 둘째에게 이유식 먹여주는 모습. 둘다 초상권을 묻지 않았기에 잘 안나온 사진을 올리다보니 밥 먹이는 게 안 보이기는 하다.

몇 숟갈 남은 이유식을 보며 아까운 마음이 들어 먹어볼까 싶다가도 이건 못 먹겠어 라며 음식물 쓰레기봉투로 넣는다.


사실 나는 딸이 남기고 간 밥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스타일이다 https://brunch.co.kr/@lbr5224/16 브런치에 올렸던 <딸이 남기고 간 밥을 먹으며>


그런데 이유식은 못 먹겠다. 그냥 못 먹겠더라.

단 아들이 먹다 남긴 치즈나 우유 등은 잘 먹는다. 비위가 강한 나라도 아이 침 범벅이 되어 있고 간도 안된 음식이라 안 먹히는 듯.


암튼 그래서 내게 이유식은 애증의 음식이다. 만들면서도 기쁨과 힘듦 그리고 미움을 함께 주고, 아이에게 먹이면서도 그렇기 때문이다.


하아. 이제 돌 지나고 나면 이유식은 끝이고 그냥 밥을 먹여도 된다. 그래도 철분 섭취가 중요한 아이를 위해 고기는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둬야 한다. 잘만 먹어주면 금칠한 소고기도 사줄 수 있는데. ㅎㅎ 오늘도 나는 새벽 배송 장바구니에 무항생제 한우를 담는다. (내가 먹고 싶은 샌드위치는 한참을 고민하다 장바구니에 담지 못했다)


22. 5. 14.

컬리 장바구니 결제 예정금액 85400원을 보며 뭘 더 줄여야 하나 싶은 밤.


이전 11화 밥풀과의 전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