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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Jul 08. 2022

밥풀과의 전쟁

아들이라 그런 거니, 너라서 그런 거니, 왜 그러는 거니


오늘도 내 무릎은 바닥에 붙은 채로 일어날 새가 없다. 첫째 등원시키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약 5분간 걸은 게 그나마 허리를 핀 시간이었다.


왜 이리 허리 한번 못 피고 있느냐. 그 이유는 '밥풀' 때문이다. 13개월이 된 우리 초강력 에너자이저 둘째가 밥을 한번 먹고 나면 온 집안이 밥풀로 도배된다.

하아..... 밥풀 밟을 때 그 느낌이란..

아무리 식탁 의자에 앉혀서 먹여도 이놈의 밥풀은 왜 저 멀리 거실까지 가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 둘째는 밥상에 앉아 밥을 먹이는 것 자체가 이미 전쟁 시작이다. 식탁에 올라가는 건 기본, 숟가락 빼앗는 건 필수, 밥그릇에 손 넣고 조물조물하는 건 일상이다. 밥풀로 가득해진 손으로 누나를 만지고, 벽지를 만지고 의자를 만진다. (나를 만지는 건 뭐 당연지사)


그러니 온 집안에 밥풀이 없을 리 만무하다.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밥풀을 치우고 닦고 치운다. 이상한 건 밥풀이 어디서 증식을 하는 건지, 분명 그리 많지 않은 양이었던 거 같은데 치우다 보면 밥 한 그릇 정도가 나온다.


물티슈 쓰는 건 너무 지구한테 미안해서 행주로 하는데 워낙 밥풀이 많이 붙어 있어서 몇 번을 털고 빨고 해야 밥풀과의 전쟁이 끝난다.


첫째도 분명 이 시기에 밥풀 다 흘리고 여기저기 묻혔다. 하나 전쟁이란 단어를 쓸 정도는 아니었다. 원체 타고나기를 얌전하게 태어나고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저 주방 내 식탁에서만 흘렸다. 얌전한 첫째이자 딸을 키운 터라 남자이자 에너지가 넘치는 둘째의 행동이나 성향은 가끔 머리가 지끈거리고 누굴 닮은 거냐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김없이 올라온 식탁 위.

왜 의자만 보면 올라가려고 하는지

왜 식탁에 올라가서 춤을 추는지

왜 소파 가장 맨 위에 올라가서 앉아있는지

왜 커튼을 잡아당기며 노는지

왜 온갖 선반에 매달리는지

왜 선풍기에 손가락을 넣으려고 하는지

왜 신발장 문을 열고 온갖 신발을 다 꺼내는지

왜 화장실 변기에 손을 넣는지

왜 휴지만 보면 다 뽑고 푸른지

왜.

왜.

왜.


이러니 둘째 이마와 팔, 다리엔 멍이 없어질 새가 없다. 볼 때마다 맘 아프고 자책하게 되는데 이리 사방팔방 사고를 치고 다니니, 요즘엔 정말 맘 편히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간다. 암만 조심하고 밀착 케어를 해도 다치는 건 한순간이라 늘 노심초사 조마조마 불안불안이다.


벌써 낮잠에서 깨서 식탁 위로 올라온 너.

다시 육아 시작이다.


22. 7. 8.

더워 더워 더워 아주 더운 올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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