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울고 싶었다
남편과 딸이 잠든 사이, 난 그 속에서 엉엉 울고 싶었다.
새벽 1시 26분. 기사 2건을 다 쓰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누웠다. 요즘 침대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보니 맨방 바닥에서 자는데, 임신부에게는 사실 고욕이다. 골반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눕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래저래 해서 잠이 들었다. 한 한 시간이 흘렀을까 딸이 운다. 엉엉엉어엉. 시계를 보니 2시 40분. 우리 딸 왜 그래 하며 보니 쉬가 샜다. 허리 부분이 축축하다. 기저귀 갈아준다니까 싫다고 발버둥이다. 거실로 나가자는 14킬로 딸을 안아 올린다. 골반이 틀어져서 그런지 일어나려니 꼬리뼈 부근이 아파서 윽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이를 데리고 소파에 앉았다. 이내 잦아든 울음소리.
그 와중에 아이는 소파에 눕겠다고 한다. 나는 딸을 소파에 눕히고 거실 맨바닥에 이불만 덮은 채 잔다. 또 한 시간이 흘렀을까. 시계를 보니 4시. 다시 아이가 운다. 안아달라는 녀석을 또 안고 둥가 둥가, 토닥토닥해준다. 간신히 재워서 다시 방으로 데리고 갔다. 눕히니 또 운다.
이젠 나도 한계에 다다랐다.
남편은 "아 시끄러워" 이러며 돌아 눕는다. 안아줄 힘이 없어서 그저 딸의 등을 쓰다듬었다. 딸이 이젠 내 배위로 올라와 눕는다. 뱃속 두찌에게 미안하지만 재워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배 위에 올라온 딸을 둔다. 한참을 배 위에서 재운 후 아이를 슬며시 옆으로 내려뒀다.
잠든 아이.
난 아이와 남편 사이에 눕고 이불 끝을 간신히 배에 덮었다. 갑자기 엉엉 울고 싶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느낌이 든다. 두찌 움직임이 많아졌다. 엄마가 우울하다는 게 느껴진 걸까. 미안한 마음에 애써 잠에 든다. 길었던 새벽이 지난다.
2021. 2.9.
그날이 기억이 난다
엉엉 울고 싶었던 그 깊었던 새벽.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쓰던 그 새벽.
누나를 안아주느라 뱃속에서 답답했을 둘째는 어느덧
세상으로 나와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탐색 중이다
요즘도 가끔 소리 내 엉엉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코끝이 시큰 해지며 눈물이 차오르기도 한다
쉼이 필요하다는 신호
나만의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