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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Nov 30. 2021

소리 내 울고 싶었다

엄마도 자고 싶다

엉엉 울고 싶었다

남편과 딸이 잠든 사이, 난 그 속에서 엉엉 울고 싶었다.


새벽 1시 26분. 기사 2건을 다 쓰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누웠다. 요즘 침대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보니 맨방 바닥에서 자는데, 임신부에게는 사실 고욕이다. 골반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눕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래저래 해서 잠이 들었다. 한 한 시간이 흘렀을까 딸이 운다. 엉엉엉어엉. 시계를 보니 2시 40분. 우리 딸 왜 그래 하며 보니 쉬가 샜다. 허리 부분이 축축하다. 기저귀 갈아준다니까 싫다고 발버둥이다. 거실로 나가자는 14킬로 딸을 안아 올린다. 골반이 틀어져서 그런지 일어나려니 꼬리뼈 부근이 아파서 윽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이를 데리고 소파에 앉았다. 이내 잦아든 울음소리.


그 와중에 아이는 소파에 눕겠다고 한다. 나는 딸을 소파에 눕히고 거실 맨바닥에 이불만 덮은 채 잔다. 또 한 시간이 흘렀을까. 시계를 보니 4시. 다시 아이가 운다. 안아달라는 녀석을 또 안고 둥가 둥가, 토닥토닥해준다. 간신히 재워서 다시 방으로 데리고 갔다. 눕히니 또 운다.


이젠 나도 한계에 다다랐다.


남편은 "아 시끄러워" 이러며 돌아 눕는다. 안아줄 힘이 없어서 그저 딸의 등을 쓰다듬었다. 딸이 이젠  내 배위로 올라와 눕는다. 뱃속 두찌에게 미안하지만 재워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배 위에 올라온 딸을 둔다. 한참을 배 위에서 재운 후 아이를 슬며시 옆으로 내려뒀다.


 잠든 아이.


아이와 남편 사이에 눕고 이불 끝을 간신히 배에 덮었다. 갑자기 엉엉 울고 싶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느낌이 든다. 두찌 움직임이 많아졌다. 엄마가 우울하다는 게 느껴진 걸까. 미안한 마음에 애써 잠에 든다. 길었던 새벽이 지난다.


2021. 2.9.


그날이 기억이 난다

엉엉 울고 싶었던 그 깊었던 새벽.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쓰던 그 새벽.


누나를 안아주느라 뱃속에서 답답했을 둘째는 어느덧

세상으로 나와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탐색 중이다


요즘도 가끔 소리 내 엉엉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코끝이 시큰 해지며 눈물이 차오르기도 한다

쉼이 필요하다는 신호

나만의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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