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남기고 간 밥을 먹으며
약간은 서글픈 나의 아침
평일 아침 나의 첫끼는 딸이 남기고 간 밥과 반찬이다.
아침이라 해봤자 국에 밥을 말아주거나, 유부초밥, 김과 밥, 계란볶음밥, 생선에 밥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집에서 먹이는 게 나을 듯하여 먹여서 보낸다. 정신없이 밥 먹이고 옷 입혀서 어린이집을 보내고 오면 허기가 진다.
난 딸이 남기고 간 밥을 우걱우걱 먹는다.
차게 식은 국과 말라버린 밥.
버리기엔 아깝고 다시 차려 먹기엔 시간이 없고 어차피 배로 들어가는 건 똑같고
늘 나의 첫끼는 아이가 남기고 간 밥이다.
한 예능에 나온 한 여자 연예인은 아이들이 남긴 밥을 먹다가 문득 서글퍼서 새롭게 요리해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요리실력이 없는 나는 다시금 요리하기도 어렵고 그 시간마저 마땅치 않기에 그냥 남은 밥을 먹는다.
서서 먹기도 하고(둘째를 아기띠로 안고 있기에)
집안을 정리하면서 식탁을 오며 가며 먹기도 한다.
좀 여유가 있을 땐 나의 키친테이블노블에 앉아 거실 창 밖 풍경을 보며 커피와 함께 먹기도 한다.
어느 날은 좀 서글플 때가 있다.
내가 진짜 아줌마가 되었구나 싶은 마음
창문으로 비치는 나의 헝클어진 머리
무릎이 다 늘어난 바지
둘째가 게워낸 토로 얼룩이 생긴 티셔츠..
늘 헤어 미스트를 뿌리고
칼각의 정장 바지에
셔츠를 입고 현장을 누비던 때가 있었는데
밀려오는 현타에 감성에 젖어들 때쯤
우리 둘째가 찡찡 거리며 울어댄다.
참나
엄마가 생각이 많아 보여서 그런가 여즉 잘 놀다
저러니 신기할 노릇
"응 알았어~ 엄마 간다~~~"
빠르게 밥 한 숟가락 싹싹 긁어
입으로 넣고
주방 개수대에 설거지 넣고
아이를 안아준다
21.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