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똑딱이, 지퍼, 버클
나를 옭가매지만. 기꺼이 흔쾌히
이것들이 이 정도로 나를 옭아맬 줄은 몰랐다.
단추
똑딱이
버클
지퍼
아이들 옷에는 단추가 참 많다
특히 신생아~돌까지 아이가 입는 옷은 내복이 대부분인데, 이 내복은 단추로 시작해 단추로 끝난다. 수시로 토를 하고 침을 흘리고, 이유식이 묻는 아이 옷을 벗기고 입힐 때마다 단추와의 전쟁이다. 약 7개가량 있는 단추를 채울 때마다 발버둥 치고 도망가려는 아이를 잡아두고 씨름을 벌어야 한다.
똑딱이로 되어있는 옷은 단추보다 낫지만 그저 나은 것일 뿐 안 입으려는 자와 입히려는 자의 실랑이는 똑같다.
힘들고 지치는 날엔 단추가 잘 채워지지 않아 짜증이 날 뿐만 아니라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 입지 마! 네가 춥지 내가 춥냐!라고 생각하다가도 배라도 차가워져서 배앓이할까 걱정이 되어 얼른 옷을 입히고 단추를 채운다.
버클 그리고 지퍼. 이것도 참 할 말이 많다.
엄마가 된 후 떼려야 뗄 수 없는 아기띠. 이 아기띠를 하면 약 2~3개의 버클을 채워야 한다.
허리에 한번
목 뒤에 한번
겨울이 되면 채워야 하는 버클이 더 늘어난다.
아기띠 워머라고 불리는 일종의 담요인데 이걸 또 허리에 한번, 팔 쪽에 한번 버클로 채운다.
수많은 버클로 채워진 아이와 나. 아이 무게와 함께 버클이 몸 곳곳을 누르다 보니 어깨나 허리 통증은 늘 함께다. 그래도 아기띠를 해야 손이 편해지기에 안 할 수가 없다. 아이를 재우고 첫째 손을 잡아주고 집안일을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며칠 전 아기띠와 아기띠 워머까지 한 채 잠깐 집 앞 슈퍼에 다녀왔는데 한 5분 거리의 그 길이 그날따라 길게 느껴지고 지치고 힘들었다.
집에 다 와서 아이를 바로 내려놓고 싶었는데
왜 이리 풀러야 하는 버클이 많은지.. 그냥 뭐랄까. 다 짐이고 무겁고 버거웠다.
신발 벗고
마스크 벗고 장 봐온 거 식탁에 올려두고
내가 입고 있던 두꺼운 패딩 벗고
아기띠 워머 푸르고
아기띠 푸르고
아이 외투 벗기고
간신히 내려놓았다.
글로 적으니 별거 없는 일 같지만
이게 참... 추운 날 아이 추울까, 찬바람 들까
종종거리며 아이를 손으로 감싸고 잔뜩 움츠린 채로 슈퍼에 가서 양손엔 장 본 식재료를 들고
집에 들어와 버클을 일일이 다 푸르고 내려놓을 때는 드디어 해방이다!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허리와 목 뒤에 큰 버클을 한 채로 8 킬로그램 아이를 안고 있다.
얼른 내려놓자.
버클을 풀자.
21. 12. 30
버클 인생
단추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