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의 시간, 슬픔과 변화 그리고 '메타포'
이 글은 나의 일련의 사건에 대한 메타포적 관점의 이야기다.
"나는 너랑 이별했다"
*BGM이 흐르는 에세이
영상을 재생 후 음악을 들으며, 흘러가 본다.
"마지막이니까 좀 어때"라고 하면서 손을 잡던 너의 모습. 그럼에도 나는 뭔가 찝찝했는지 자꾸 슬며시 잡은 손을 뿌리치고 있었다. 뿌리치면 고쳐잡고 또 고쳐잡고, 너는 의도적으로 나를 슬프게 그리고 나를 나쁘게 만들었다.
긴 연휴를 앞두고 그날 너와 만난 장소는 우리가 늘 거닐던 시그니처와 같던 도시였다. 너무도 익숙한 곳 그리고 공간. 그곳에서 늘 함께 먹던 음식으로 점심을 떼우고, 늘 지나가던 카페를 들어가, 평소 마시던 커피 한잔과 평소 먹지 않던 케이크도 하나 시켰다.
평소와 달랐다면, 이제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라는..너도 나에게 마지막임을 상기시켰고, 나도 마지막임을 애써 아는 척, 그렇게 너에게 힘들어 하는 척했다. 솔직히 막상 현실을 마주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여기서 틈을 보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행복했지만 서로가 힘든 날이 더 많았던 지난날들처럼 말이다.
진짜 마지막이다. 너없이 살아갈 모습에 막상 두려워 겁이났다. 마지막으로 너를 한움큼 잡아본다.
배가 터질 정도로 너를 내안에 가득 품어본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작별을 고했다.
너 역시 이제 아무 여한이 없는 것처럼.. 하얗게 비워낸 것처럼.. 한방울도 남김없는 모습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낸 후 이내 멀어졌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너랑 헤어졌다.
아 진짜 아프다.
일단 냉장고와 현관문, 눈에 보이는 모든 곳들에 붙여놓은 너와의 추억을 지운다. 전화번호와 팜플렛처럼 보이는 사진들 그리고 자석붙은 쿠폰같은 너의 여러 모습들을 모두 지운다. 내 시선이 닿는 곳에서 삭제한다.
모두 떼어내서 버리려고 손에 쥘때 마다..솔직히 너무 그립다. 너가 너무 보고싶다.
그렇게 너를 한장씩 추억하면서 버린..가득히 쌓인 휴지통을 들여다보면서는..그래 솔직히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아직도 이렇게 사랑하는데.. 사랑이 이렇게 큰대.
너무 슬프다.
몸속에 있는 수분을 다 배출한 것 같다.
시시각각 변하는 내 기분에 내가 놀아난다.
가족들과 티비를 보면 웃다가도...혼자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온다.
몸에 아무 힘이 없다. 그런데 너가 계속 떠오른다.
특히, 너에게 못해줬던 기억이 너무 떠오른다.
놀러갔을때, 식당에 갔을때,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울컥했고 너를 혼자 남겨두고 왔던 기억.
잠깐 티격태격했다고, 너를 다시는 안보겠다고 소리치는 가벼운 모습.
또, 친구들을 만나 호기롭게 너랑 헤어졌다고 큰소리 치던 모습.
너를 버리고 너를 만나고 너를 이용하고 너를 취했던...
너를 욕구충족의 수단으로 바라봤던 시간들까지...너무 부끄럽다. 후회된다.
몸에 힘이 빠질수록, 너에 대한 그리움은 강력해진다.
입술이 다 텄다. 고작 첫 날인데 내 몸은 형편없이 무너지고 너를 갈구한다.
음악을 들어도 영화를 봐도, 모든 감정은 너에 관한 것이다. 감상과 생각 또한 너에게로 향한다. 티비 프로그램에서도 심지어 너가 나온다. 다양한 모습의 너가 계속 맴돈다. 모든 것 중 너가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계속 폭포수 같이 쏟아냈다. 한편, 너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던 내 모습에 자존심도 상한다.
얼굴은 쾡하고, 입술은 한 겹이 벗겨지고 있다.
엄마는 덩달아 걱정하고 측은하게 여기신다. 너무 슬퍼하신다. 가족들은 마치 죄를 지은냥..나를 의식한다.
여기서, 기어코 엄마는 나랑 한배를 타신다.
엄마도 함께 쏟아낸다. 몸속의 불필요한 것들을 배출한다는 기분으로 맘 놓고 슬픔을 함께 나눈다.
엄마와 너 그리고 나, 셋이서 함께 맛있었고 즐거웠던 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보며 추억해본다.
너와의 모든 것들을 정리한 줄 알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이제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이제 밖에도 못나가겠다.
집 앞부터 시내, 도심, 골목 구석구석 너의 흔적이 묻어있다. 추억이 묻어있다.
때마침 귀에 꽂은 이어폰 속 음악에서, 너와 함께했던 봄을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몽땅 추억해버린다.
편의점과 분식집, 패밀리레스토랑, 쌀국수집...
어딜봐도 너가 보인다. 또 폭포가 시작된다.
더 이상 어디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갈 뿐...그저 의욕없이 누워있을 뿐....나는 회복할 수 있을까....
바로 그때 가족들은 나를 피해 밖으로 나가신다.
나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 한다.
나 아닌 가족들은 아무 죄도 없는데.. 덩달아 불안해하고 미안해한다.. 배달음식도 조용히 소리없이 먹는다. 조금이라도 나에게 자극이 될까 배려하는게 느껴진다.
아 그런데, 역시 엄마는 내 곁에 남았다.
다시 내 방에 오셔서 손을 꽉 잡아주신다.
나지막하게 말씀 하셨다. "00야 솔직히 나도 힘들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 아들을 믿는다. 아주 잠시동안이니까 슬퍼하자. 우리 실컷 슬퍼하자. 그런데 나도 많이 힘들다"
몸이 아프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꿈에서 널 만나면 아프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래서일까..
꿈에서 너랑 실컷 놀았는데. 아직도 입가에서는 코 언저리에서는 너의 맛과 향이 느껴지는데.
오후에는 조금은 개운해졌다.
너 생각을 엄청한다. 하지만 생각이 나를 짓누르지는 않는다. 이제는 너와 나눈 수많은 추억을 생각하더라도, 슬프고 그립기는 하지만, 아주 상세하게 즐겼던 맛과 내용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오늘은 좀 달랐다.
그 동안 슬픔에 사무쳐 보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다시보인다.
갈색의 따뜻함, 초록의 싱싱함, 퍼플의 달달함, 그리고 노랑의 은은함과 촉촉함까지.
계절과 사물, 공기와 맛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펑펑 쏟아내서 일까, 몸에 더이상 붓기는 없다.
몸도 슬림해졌다. 의욕없이 누워있다보니 몸은 매끈해졌다. 근육으로 몸을 가득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물론 힘이 날때 말이다.
엄마가 나의 회생 소식을 반가워 하신다.
나보다 하루 늦게 슬픔의 안개 속으로 들어오신 엄마... 오히려 엄마에게는 하루정도 슬퍼할 조금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인고의 시간, 하지만 엄마도 알고 계신다.
"곧, 나처럼 회복을 하고 다시 새로운 기쁨으로 가득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련의 시련과 이별의 과정을 모두 겪고나니..
이제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 두렵다.
다시 너와 닮은 다른 누군가를 만나 깊어지는 행위 자체가 두렵다.
너와 닮은 누군가를 만나면 겉핥기만 한다.
한 젓가락씩만 맛을 본다. 나에게 깊이 관여하지 말아달라는 무의식의 신호를 보낸다.
대부분은 나의 이런 적신호를 인지하고 더 이상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은 나의 이런 접근금지 신호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스킨십과 거친 맛으로 나를 깊게 흔든다. 바삭한 겉모습, 하지만 촉촉한 속내..마치 너를 닮은 그 모습에 솔직히 흔들린다. 마음이 기울기도하고 또 마음을 주기도 한다.
거부반응에 몸서리 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다. 짧게 사랑을 나누고 교제할 수도 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헤어져도 크게 아프지 않다. 마치 습관이라도 된 듯, 하루는 사랑하고 하루는 헤어지고, 하루는 좋아하고 하루는 슬퍼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 몸도 마음도 성격도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다.
더 냉정하게 변했다. 더 딱부러지게 변했다. 이젠 너를 닮은 누군가와 만남을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끊어낼 줄도 안다.
이제 두려움보다는 컨트롤이 가능하다. 모든 감정, 진행, 깊이를 통제할 수 있다.
이것도 능력이랄까..비어있는 것에 대한 매력을 알아서 일까...불필요한 것을 덜어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나는 더 건강함을 느낀다.
그 어떤 것도 아닌 나를, 내 몸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나 자신을 지독하게 생각하게 됐다.
나는 이렇게 음식과 이별하고,
미식주스 3일 플랜을 달성했다.
모든 노폐물을 비워내고 자신감을 채웠다.
엄마도 곧이어
미식주스 3일 플랜을 달성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