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을 하기에 앞서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민의 시간을 갖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인 과정이지만 의외로 이 과정을 무시하고 리브랜딩할 건데 기존 브랜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다. 이런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이런 과정을 거쳐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파악하는 것은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에 애정을 갖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브랜드의 기존 컨셉은 ‘고급스러움’이었다. 2000년 초반에 생겨난 브랜드로 당시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여 대표가 정한 목표는 대중에게 고급스러운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보급한다는 것이었다. 그 목표는 지금 이 분야와 회사 상황으로 보면 앞서나간 목표였다. 다만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고급스러움'과 ‘저렴한 가격'이 서로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이 브랜드의 미션은 애매모호했다.여기서 직원들과 고객은 브랜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된다. 좋은 제품을 싸게 많이 팔고 싶다는 것은 좋은 원료를 사용한다는 것이고 제품을 많이 만들려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싸게 팔겠다? 박리다매를 할 수 있는 품목이 있고 그렇지 않은 품목이 있다. 더군다나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어딘가에 정의된 규칙은 아니지만, 아래 세 가지 정도만 지켜도 소비자에게 브랜드 컨셉을 일관되게 인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제품에 적절한 가격을 매긴다.
비싸고 좋은 원료로 만든 제품은 그에 맞는 적당한 판매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제조자나 판매자가 제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요즘 소비자는 너무 싼 제품보다 가격이 나가더라도 믿을 수 있는 원료를 사용했다는 인증이 있으면 그 제품을 더 선호한다. 물론 좋은 원료를 가지고도 값싸게 만들어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지만 그래도 그 가격에는 브랜드의 가치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2. 일관된 컨셉을 유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작은 규모의 회사는 의외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신입이든 경력자든 상관없이 작은 규모의 회사에 입사한 사람 중에 갖춰지지 않은 프로세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업무의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특히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가 필수이다.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는 쉽게 말해 브랜드와 관련한 모든 디자인이 일관된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들이 안내된 설명서이다. 이러한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를 접하는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3. 직원들도 내부고객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인식시키기 전에 직원들도 잠재고객이라는 인식을 하고 그들에게 브랜드 컨셉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한 후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껏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내부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결국 무용지물이다. 직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컨셉을 누구에게 설득시킬 것인가. 명확하지 않은 브랜드 컨셉으로는 제대로 된 브랜드로 자리 잡기 쉽지 않을 것이고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이 세 가지 사항이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리브랜딩을 진행하기 전에 관련자들이 알고 있었다면 진행 과정이 좀 더 수월했을 것이다. 세 가지 사항을 주도할 수 있는 팀이 각각 다르겠지만 조직 전체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동시에 일어나야 제대로 된 브랜딩을 할 수 있다. 가격 부분은 원가를 다루는 생산팀과 판매를 하는 세일즈팀이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고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 작성은 디자인팀뿐만 아니라 마케팅팀이 같이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원들도 고객이라는 인식은 전사적으로 움직임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경영본부에서 조직적으로 다루어 주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내부고객이 이해하지 못하는데 외부고객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겠는가. 모호한 브랜드 컨셉을 재정립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부터 잘해 놓으면 좋았겠지만, 여전히 브랜드 컨셉이 애매모호하다면 어느 한 팀이 아니라, 당장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