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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somei Mar 17. 2021

외부 인사 초빙, 꼭 필요한 걸까?

리브랜딩의 의미 : 가치를 생각하다


처음부터 브랜딩을 착실하고 알차게 준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작은 회사에서는 브랜딩의 중요성이나 그 범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대표가 브랜드 이름을 짓고 외부업체에 로고를 의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뚝딱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브랜드가 탄생한다. 이름과 로고 하나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회사 내부에 브랜드 전문가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규모가 30명 이하의 작은 회사인 경우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는 넘쳐난다. 디자이너를 예로 들면 웹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웹디자인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관리 부분도 하게 되고 사내에 필요한 인쇄나 소소한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업무를 진행한다. 마케팅팀에서 필요한 홍보용 이미지, 세일즈에서 필요한 기획전 이미지, 제품개발이나 생산팀에서는 라벨이나 택, 패키지 디자인까지 모두 디자인팀에 의뢰한다. 때로는 사진 촬영이나 영상 제작 심지어 상세페이지의 내용까지 디자인하는 사람이 알아서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회사의 단점은 이런 명확하지 않은 업무 범위에서 오는 업무 과중과 혼란에서 나타난다.





나는 이런 광범위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디자인팀의 팀장으로 일하면서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 모두 한마음이 되지 못했고 미션에 대해서도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디자인에 아무리 통일성을 주려고 해도 담당자마다 심플함, 고급스러움, 트렌디함 등 서로 다른 요구를 해왔기 때문에 통합해 선보이는 것이 어려웠다. 자연스레 고객도 이 브랜드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내부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경영본부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여 주지 못했던 것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에서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와중에 더불어 내부에서의 브랜딩 전문성에 대해 논해보지도 않은 채 외부 인사 초빙만으로 절반은 해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제대로 브랜딩을 하고자 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는 진행방식이었다. 회사마다 조직을 운영하는 운영 방식의 특징이 있겠지만 이 회사의 남다른 특징은 지인으로 연결된 외부 인사 초빙이라는 점이다. 외부 인사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고려했는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대표의 몫이었다. 그래서 유독 이 회사에서는 지인을 통해 건너 건너 외부 인사가 자주 초빙되어 온다. 회사는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 안에서 같이 일을 해보면 회사가 돈 낭비를 참 신기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브랜딩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면 정말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인재를 영입하거나 그런 인재를 초빙한다면 모를까. 지인 소개를 통해 어중간하게 돈을 써가면서 내부 직원들을 하나로 통합시키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TF팀을 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외부 인사가 회사 내부 사람보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높으리 만무하고 그가 떠난 자리를 정리하고 그 뒤의 일을 수습하는 일은 모두 내부 직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부에서 진행을 맡겨보고 어려워 보인다 판단되면 앞서 말했던 제대로 된 인재를 영입하거나 초빙하기를 바란다. 외부 인재가 제대로 일 처리를 못 하자 내부에서 한번 해보라고 거꾸로 던져주었을 때는 이미 회사에 대한 믿음과 관계는 깨져버린 뒤일 것이라는 사실을 회사에서는 알아야 한다.





<작은 회사에서 고군분투 브랜딩 이야기>

1부    리브랜딩의 의미 : 가치를 생각하다

1. 예산 없는 리브랜딩의 시작

2. 모호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이전글)

3. 외부 인사 초빙, 꼭 필요한 걸까?(현재글)

4. 리브랜딩의 범위를 정하자.(다음글)

5. 로고 리디자인으로 시작하다.

6. 누구를 위한 리브랜딩인가?

7. 고객 서베이를 해야 하는 이유

8. 놓치지 말아야 할 스케줄 관리

9. 자주 해도 부족한 공유

10. 활용 가능한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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