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리디자인으로 시작하다
리브랜딩의 의미 : 가치를 생각하다
업무를 하면서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브랜드답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브랜딩과 리브랜딩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리브랜딩의 범위를 정하자>에서 말했지만, 로고를 리뉴얼해달라는 주문을 먼저 받았다. 당시의 분위기로는 디자인팀에 원하는 것은 단지 로고를 리디자인해달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 팀에도 그와 관련하여 원하는 것이 없었다.
로고는 단순히 만든 지 오래되거나 너무 오래 사용해서 질린다는 이유로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직원들이 오래된 로고에 불만을 표시하고 올드해 보인다는 표현을 종종 쓰곤 했지만 그렇다고 단지 그 이유로 로고를 변경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브랜드의 미션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왕이면 이를 좀 더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로고면 좋겠는데, 기존 로고가 거기에 잘 맞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브랜드 미션을 변경하고 나서 제일 처음 디자인팀에 원하는 것이 단지 로고의 변경뿐이라는 점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사실상 디자인팀에 공식적인 요구사항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디자인팀은 로고 리뉴얼을 빠르게 진행해주세요.”
어쨌거나 그렇게 툭- 던져진 요구사항을 덥석 물어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브랜드의 미션과 로고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일이었다. 그리고서 트렌드를 조사하고 브랜드 미션과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을 벤치 했다. 또 한 가지, 다른 브랜드들이 왜 로고를 변경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로고를 변경한 많은 브랜드가 그런 과정을 통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도 궁금했다. 그러한 궁금증에서 나는 우리가 단지 로고를 리디자인하는 것에 그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로고는 고객이 가장 먼저 인지하는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지 로고만 변경하는 것에 그친다면 고객은 얼굴 뒤에 숨어있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얼굴은 새롭지만 알고 보면 기존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거나 기대와는 다른 성격을 발견하게 된다면 고객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그들의 요구 사항은 단지 로고를 새롭게 디자인해달라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덧붙이기로 했다. 그렇게 로고 리디자인은 리브랜딩을 하는 시작점이 되었고, 로고를 디자인한 후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며 대놓고 이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게 되었다. 로고를 리뉴얼한 뒤 직원들에게 브리핑하고 고객들을 설득하기 위한 브랜드 소개 페이지를 제작했다. 물론 디자인 외적인 부분들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었던 관계로 소소하게 의견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처음부터 전 부서가 함께 움직여야만 가능할 것만 같았던 리브랜딩도 일단은 로고 리디자인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작은 회사에서 리브랜딩을 하려 한다면 이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기대를 하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