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만난 무례한 사람들

화가 나기는커녕 어이가 없었어

by winsomei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다 보니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며 원치 않았겠지만 알게 모르게 옷깃이나 다른 신체 부위가 서로를 스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스침이라고 생각하기에 다들 암묵적으로 서로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애써 외면하지만 그날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외면하지 못하고 얼굴의 표정이나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어떤 날은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지하철 의자가 불이 잘 붙는 소재라며 한창 뉴스에서 말들이 많이 나왔을 때였다. 3호선 지하철에 어느 날부터 새 의자를 설치한 새것 같은 지하철이 등장했다. 의자가 꼭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 무광의 반들반들한 것이 차가울 것만 같지만 막상 앉으면 또 그렇지 않았다. 기존의 패브릭은 뭔가 오염되고 난 후 세균이 득실거릴 것 같은 찝찝함이 있었다면 새 의자는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의자는 일곱 자리가 하나로 쭉 이어져 있지만 그래도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영역이 분명 구분되어 있었는데, 앉았을 때 매끄럽고 쾌적한 느낌이라 그런지 기존 의자보다 앉았을 때 옆 사람과의 간격이 좀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플라스틱 의자가 부드럽다고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미끄럽다고 느낄 수 있고, 패브릭 소재가 포근해서 더 좋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생각의 차이로 나를 어이없게 만든 몇몇의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었다. 화가 나기는커녕 그냥 어이가 없어서 어이없는 웃음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경우였다.




#1

“저기, 여기는 자리가 아닌데요…”


패브릭 의자와 플라스틱 의자를 가진 지하철이 혼재되어 있던 때, 나는 플라스틱 의자가 있는 지하철을 만나면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옆 사람과의 간격이 전보다 넓어진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욱 편안하게 앉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의자를 만난 어느 날, 운 좋은 날이라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여유롭게 자리에 앉았다. 실제로 타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지하철 자체가 여유로운 상태였다. 나는 의자의 맨 끝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처음에는 혼자 앉아있었만 한 정거장씩 지날수록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 일곱 자리를 남김없이 가득 채웠다. 그렇게 지하철은 계속 달렸고 다음 정거장에서 어떤 아주머니께서 타는 것을 보고 한숨 잘 겸 눈을 감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와 옆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물컹한 낯선 이의 접촉이 강렬하게 느껴져서 눈을 떴다. 그리고는 옆을 봤는데 정말 그냥 어이가 없었다. 앉아있던 옆사람과 나 사이에 한 자리가 더 있었던 거 마냥 엉덩이를 실룩샐룩 비집고 들어와 태연하게 앉은 것이다.



#2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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