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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녹 Jun 19. 2020

나의 불안은 작은 것들이 달래준다

불안의 나비효과를 잠재우는 법

2019년과 2020년은 언제나처럼 새로울 것이 없다. 그저 어제와 오늘일 뿐이다. 그사이 나는 결혼을 했고 함께 사는 가족이 생겼다. 그리고 가족이 늘었다. 말이 아닌 눈빛으로 얘기하고 잠에서 깨면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는 나의 작은 강아지 보노.


@heart2_mommy_

지난해 나의 이슈는 결혼과 퇴사였다. 따지자면 하나는 '(가족을 얻었으므로)', 하나는 '(직장을 삭제했으므로)'이지만 개인적으론 둘 다 나에겐 '더함'의 사건이었다. 내 선택에 만족한다. 하지만 때때로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작은 구멍에 시리고 외로운 바람이 통과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나에 대한 불확실함이 커져 작은 구멍도 작은 것이 아니게 됐다. 작은 것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크게 보이는 법이다.





서른이 되어도 내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냥 파도처럼 이리 둥실 저리 둥실해왔다. 나의 마음에 작은 파동이 일 때마다 식물에 물을 주었다. 더 이상 물을 줄 수 없을 만큼 파도가 잦은 날에는 그 초록색 덩어리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참 요상한 일이다. 나는 이 작은 화분에게서 지구만 한 기쁨을 얻는다. 나의 작은 정원에서 새로운 잎을 내는 초록이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성장에 아주 조금은 나의 힘이 보태졌다는 생각에 커다란 뿌듯함을 얻는다. 사실은 피해를 주진 않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유기견을 입양했다. 장장 몇 년에 걸친 고민이었다. 삼류 로맨스 영화에 나올 법한 그 대사를 내 입으로 뱉어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두렵다. 뻔한 이별, 정해진 결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리는 마음. 로맨스 영화의 3요소를 내 입으로 되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마력을 따라가기로 했다. 이토록 작은 베이지색 생명체를 만난지 한 달이 됐다. 보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상상이 떠오른다.




너는 어쩌다 유기견이 되었을까?
왜 빌라 앞을 서성이고 있었을까?
푹신한 쿠션과 사람품을 좋아하는 네가 딱딱한 길 위에서 어떻게 잠을 청했을까?
작은 소리에도 귀가 쫑긋하는 예민함을 가졌으면서 보호소에서는 잘 잤을까?
전 주인을 기억할까?
나를 보며 전 주인을 떠올릴까?
그럴 때 너는 슬플까? 기쁠까?
너도 가슴이 시릴까?



보노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했던 것처럼 아주 빠르게 우리와 사는 법을 익혔다. 나는 보노를, 보노는 나를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됐다. 서로의 삶을 맞춰나가기 위해 여섯 개의 눈동자는 열심히 서로를 향한다.


겨우 한 달, 그 짧은 시간에 이 작은 것이 어떻게 내 삶에 이리도 깊숙이 박혔는지. 너를 가만히 안고 있으면 내 품보다 작은 네가 나를 안아주는 것 같다. 내가 불안할 때면 너에게선 이상하리만치 부드러운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강아지의 향기는 나의 불안보다 밀도가 높고 무거워서, 요동치는 나의 마음을 단번에 제압한다.


강아지와 앞으로 함께할 짧은 시간이 내 인생의 행복을 수십 배로 압축한 시간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몇 년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말이다. 나의 큰 불안은 늘 작은 것에서 힘을 얻고, 작아지다 못해 사라져 버린다.



너와 함께하는 매일이 행복이야. 서로의 곁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 최선을 다해 이 시간을 즐겨보자.

아낌없이 사랑해 보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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