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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남우 Dec 14. 2020

쌓이면 언제 사라지려나

 

주말, 날이 밝지 않아 이른 아침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은 오후 2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주말의 반을 잠으로 보내는 것은 일상이기에 그렇게 개의치 않았다. 10시간이 넘도록 보지 못한 핸드폰에는 눈이 온다는 제보가 있었다. 창문을 열어보니 날쌘 바람에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땅은 젖어 있었고, 덕분에 눈은 녹을 운명을 수시로 맞이하고 있었다. 해리포터에서 나올 법한 잿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은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군대에서 진득하게 제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오면 항상 들떠 있었는데, 저런 하늘에서 눈이 오면 괜히 쓸쓸했다.


그래도 눈이라고 산책 나가서 눈도 한번 만져보고, 혼자 집 앞을 배회했다. 그러다  머리에 쌓이던 눈이 녹아 젖기 시작하고, 귀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눈 오는 날이 이렇게 추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어묵탕을 끓였다. 끓이는 동안 냉동실에 있던 소주를 준비하고, 뜨뜻한 집에서 차가운 눈바람을 쐐며 살얼음 직전의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 눈이 내리는 건 좋지만 쌓이는 건 싫다. 술을 마시는 건 좋지만 살찌는 건 싫다.


쌓이면 언제 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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