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버거, 더블치킨버거, 칭타오, 하이네켄
저번주 금요일 오랜만에 대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지방에 있던 친구들도 모두 서울에 올라왔고, 다들 진탕으로 놀 생각으로 똘똘 뭉쳤다.
3차 술집에서 나는 졸기 시작했다.
술 마시다가 잔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출근으로 인한 피곤함인지 졸음은 쉽게 달아나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 택시 타러 가는 길에 친구 중 한 명이 나를 안으려다가 그만 입술을 박아버려 피가 터지고 말았다. 그날 피가 멈추지 않았고 나는 집에 도착하는 동안 계속 피를 빨며 집으로 가야 했다.
그 다음날 찌뿌둥한 토요일일 맞이한 나는 술을 끊을까 잠시동안 생각했다.
그 생각은 오늘 아침까지 계속됐다.
날씨가 더워지자 반팔을 꺼냈는데, 작년에 보지 못했던 배가 툭하고 튀어나와 있었다.
그렇게 낯설진 않았지만 심적으로 굉장히 속상했다.
과거의 몸뚱아리를 유지하지 못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렇게 배불뚝이가 돼버리다니...
나는 오늘 술을 끊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퇴근 후 맥주를 마셔버렸다.
술이 생각나서가 아닌... 오늘 마신 술은 내가 지금껏 마신 맥주 중 가장 맛있는 맥주였다.
월요일의 피곤함과 찌부둥함을 잔뜩 안은 채 도망가듯 퇴근하고,
일찍 자기를 다짐하며 햄버거와 곁들인 맥주는 최고였다.
탄산의 고통이 희열로 느껴지며 한 모금 두 모금으로 시작해 반을껄떡껄떡 넘겨버렸다.
"진짜 이 맛에 일하고, 이 맛에 술먹고, 맛있는거 먹는구나"
세상에 다양한 행복이 있지만 이 행복도 나의 안위에 일조하는구나.
나는 술을 절대 못 끊겠다.
오늘 신문에 '비만 10억 시대, 비만 약으로 경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이제 비만 약도 고혈압과 같은 병과 마찬가지로 대중화될 거라고 한다.
나는 그걸 먹고 술을 먹어야겠다.
오늘 맥주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매일매일이 술일 순 없겠지만, 최고의 순간의 술을 놓치기 싫다.
앞으로도, 최고의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