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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a Mar 23. 2021

모로코에 간 따따 소피아 Diary #5

새해맞이




새해맞이


새해가 밝았다.


지난 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자축하고자

태어나 처음해보는 갈비찜와인 한잔을 마시며

달콤한 음악들을 들으면서 혼자 보내게 된 허기진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한국의 가족들과 통화를 하며 늦은 새벽에 스르륵 잠이 들었다. 

그래도 역시 새해는 가족과 맞이하는 게 최고구나 생각하면서

늘 옆에 있던 한국에서는 그 고마움소중함을 잘 몰랐었다.


감사함행복은 곁에 있을 때는 깨닫지 못하고

지나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닫게 되나보다. 


그리고 새해 아침!


새해를 맞이하며 늦잠을 자려 침대 속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들고 있을 때 쯤

침대 옆에 있는 070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새해인사를 해주는 대학원 동기 언니의 전화

새해 인사를 하며 그간 안부와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잠든 눈 속에서도 기쁘게 새해의 복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070전화기로 새해 인사를 전하는 오래된 친구의 새해 문자도 와있었다.

멀리 있는 나에게 새해인사를 물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난 참 행복한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통화를 마치고 

다시 행복하게 잠을 자려고 침대 속을 뒹굴 거렸다.


하지만 오늘은 첫 새해 아침이 아닌가. 

어제 새벽 늦게 잠이 들어 졸리고 피곤하긴 했지만 뭔가 새롭게 새해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 

어스름해진 창밖의 새벽녘을 바라보며 몸을 일으켜 창문을 활짝 열었다. 


아침 7시였지만 겨울을 맞아 해가 짧아진 모로코에선 이제 해가 뉘엿뉘엿 오르며

새해 아침을 알리는 푸르른 새벽녘이었다. 


길거리도 아직 조용하다.

몇 몇 사람이 거리를 지나가긴 하지만 차갑고 촉촉한 새벽공기

마치 한국에서 밤새 추위에 떨다가 새벽녁 동해안에서 일출을 바라보았던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하늘을 보니 날카롭게 잘 말려 올라간 이 

아직 하늘 한 가운데 반짝이는 하나의 과 함께 떠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집이라 새해의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직 지지 못해 마치 부끄러운 듯 떠 있는 작년의 마지막 달을 보는 것으로도 

새해를 맞이하며 입가에 미소 짓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새벽녘 모로코의 거리를 바라보며

새벽의 찬 공기를 깊게 들이마셔서 내 몸에도 새해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정말 당장이라도 새로운 시작을 시작해도 될 만큼

에너지가 온 몸을 돌며 기분 좋은 엔돌핀을 마구 뿜어댔다. 


이 기분으로는 올 한해를 한 입에라도 삼켜버릴 것 만 같았고

앞으로 겪게 될 많은 어떤 어려움과 슬픔도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초심'을 잃지 말자고 새해에 다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심'에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와 용기를 듬뿍 담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난 이 새해의 가열 찬 기운을 몰아 

당장이라도 무엇을 하고 싶었지만 딱히 무언가 할 일은 없었다. 


그저 마음이 그럴 뿐이지. 하하. 


그래서 조용히 부엌에 가서 어제 먹은 갈비찜을 소화시킬 겸 따뜻한 원두커피를 타서 침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너무나 행복한 새해 아침이었다. 

따뜻한 블랙커피를 마시며 점점 밝아지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잠시 앞으로의 나의 계획들과 1년간의 온전한 모로코 생활을 그려보았다. 


처음 모로코를 출발했을 때 그러했듯이 감히 내가 상상하지 못할 많은 사건과 사고 

그로인해 작용하는 나의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난 많이 깨지고, 부딪히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과연 어떤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그 속에서 난 얼마나 웃고, 울고, 감동하게 될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알 수 없는 미지 속에서 앞으로 달려가며 불안한 미래 속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나아가고 있는

나의 행복한 모습이 내 앞을 시물레이션처럼 스쳐 지나갔다. 


불안하면서도 가슴이 떨리며 즐거운 이 알수 없는 묘한 기분. 


이게 '꿈'을 꾸는 느낌이려나. 


이렇게 난 1년을 통채로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보내게 되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한 해를 

내 안의 또 다른 꿈을 꾸며 너무나도 행복하게 맞이했다. 


 올 한해도 마음껏 을 꾸련다!!


그리고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끝없는 감사함을 전합니다. 


*슈크란 브제프 : 모로코 아랍어로 Thank you very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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