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때, 같은 나에게
창가의 벽이 피를 흘리고
나의 방에서 어둠은 떠나지 않는다.
나의 눈이 폐허에 부딪치지 않는다면
나의 눈은 어둠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으리라.
유일한 자유의 공간은 내 마음 속 깊은 곳
그것은 죽음과 친숙한 공간
혹은 도피의 공간
나는 불꽃이 파닥거리며 튀는 소리만으로
그 불꽃이 타오르는 열기의 냄새만으로 살았다.
나는 흐르지 않는 물 속에 침몰하는 선박
죽은 자처럼 나에게는 단 하나의 원소밖에 남지 않았다.
하늘이 나를 버렸을 때, 나는 불을 만들었다.
동지가 되기 위한 불
겨울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불,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불을.
어떠한 인간도 사라지지 않으며
어떠한 인간도 잊혀지지 않으며
어떠한 어둠도 투명하지 않다.
나홀로 있는 곳에서 나는 많은 인간을 만나며
나의 근심은 가벼운 웃음으로 깨어지고
엄숙한 나의 목소리에 뒤섞여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
내 눈은 순수한 시선의 그물을 유지한다.
우리는 험난한 산과 바다를 지난다.
미친 듯한 나무들이 맹세한 내 손의 길을 가로막고
방황하는 동물들은 생명을 산산조각 내어 나에게 몸을 바친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의 영상이 풍성해지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연과 거울이 흐려진다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늘이 비어 있다는 것이,
나는 외롭지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