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아기의 감기를 회복할 때 도움이 되었던 정보들
힘든 일은 왜 한 번만 오는 게 아닐까.
화상 사고가 있고 나서 3일 후 아이는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38도까지 열이 오르고 기침, 콧물을 동반했다. 결국 소아과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했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기침과 콧물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다가 기침을 심하게 하며 분수토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이틀에 한 번꼴로 소아과를 찾았고 지금은 꽤나 호전된 상태다.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는 1차 예방접종 때부터 갔던 곳이다. 애초에 아이를 지속적으로 케어해주실 동네 주치의를 만들고 싶었고, 덕분에 선생님이 아이의 기본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시다.
어쨌든 코로나인줄 알았을 정도로 지독한 감기를 겪으며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이 있다.
1. 코감기 약을 먹다가 변비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모든 코감기 약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약봉투에 아주 작게 '입이 마를 수 있다'라고 적혀 있는 감기약이 있었다. 나는 약봉투를 상세하게 읽지 못해서 이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어쩐지 밤잠을 자기 전에 갑자기 힘을 주더니 응아를 했는데, 평소와 다르게 지나치게 힘을 주는 반면 응아는 너무 조금 나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다가는 계속 칭얼거리고 달래지지 않아서 우유를 조금 줬는데 이상하게 몇 모금 먹다 말고 잠들곤 했다. 특히 다음날 아침 소변이 너무 적었다. 혹시 몰라 찾아보니 특정 코감기 약 중 콧물을 마르게 하는 약이 있는데 이게 변비까지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목이 말라 했구나. 놀라서 아침에 수유를 가득하고, 보리차를 추가로 계속 먹였다. 다행히 곧 푸지게 응아를 하고 쉬야도 왕창 했다. 혹시 집에 유산균이 있다면 섭취량도 넉넉히 늘리는 게 좋다고 한다.
2. 이유식은 최대한 묽게, 살짝 단 맛이 나게 만든다.
어른도 아프면 입맛을 잃듯, 아이들도 입맛을 잃는다. 실제로 우리 아이는 수유 양이 정말 많이 줄었다. 나도 아프면 먹기 싫은데 너는 오죽하겠니.. 다행히 이유식은 잘 먹는 아이라서 이유식을 평소보다 더 묽게 만들고 단 맛이 나면서 변비에 좋은 음식을 포함했다. 고구마, 아욱, 양배추 등이었다. 실제로 입맛을 돌게 하고 변비를 낫게 하는데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걱정 많은 엄마는 이렇게라도 해야 안심이 됐다.
3. 약 토해내는 아이도 약 잘 먹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백일쯤 가벼운 감기를 앓았을 때는 약을 참 잘 받아먹었다. 아무것도 모를 때라 그랬겠지. 이제 8개월 차에 접어든 아기는 너무 컸고 또 싫은 것을 확실히 표현하게 됐다. 그러니 억지로 약을 주면 다 토하고 뱉어 버렸다. 아이에게 억지로 무언가를 강요하는 게 너무 불편하고 힘들어서 방법을 찾다가 우리 아이에게는 젖병의 젖꼭지를 이용한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아이에게 빈 젖꼭지만 물리게 한 후 내부에 약을 넣으면 시간이 걸리지만 쪽쪽 빨아 먹는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hPSkfyhjB0I?t=190
4. 코가 막혀 잠 못 자는 아이, 혹시 약이 없다면?
우선 코에 콧물이 너무 많은 것 같으면 코 전용 식염수인 피지오머를 뿌리고 콧물흡입기로 콧물을 빼준다. 우리 집은 콧물흡입기로 노시부프로 라는 제품을 쓰는데, 아직 너무 어려서인지 콧물이 시원하게 빨리는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겉에 콧물이라도 빨리는 것 같아서 코막힘이 심할 때 사용한다.
막 잠이 들려고 할 때가 코막힘이 제일 심하다. 이럴 때는 생양파를 조각내서 머리맡에 둔다. 어른인 나는 큰 효과를 못 느끼지만 코가 막혀 답답해하던 아이는 확실히 잘 잔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트에서 확인하세요)
아이는 여전히 가래가 있고, 콧물이 난다. 그래도 열심히 보리차를 먹인덕에 변비는 없어졌고 이유식도 잘 먹게 됐고 온몸으로 거부했던 약도 꿀떡꿀떡 잘 먹게 됐다. 덕분에 아파서 끙끙대는 건 많이 좋아졌고, 쉬지 않고 흐르던 콧물도 조금은 멈췄으며 특히 나를 가장 걱정시켰던 기침이 많이 나았다.
지난주는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이 강원도까지 번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내 세계에는 오직 아이뿐이었다. 아이가 아픈 날부터 나는 거의 자지 못했고 아이의 거친 기침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만 같았다. 오로지 아이를 간호하기 위해 나를 챙겼던 것 같다. 육아의 삶에 매몰되지 말아야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아이가 아프니 그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작은 루틴을 지키며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야만 나와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
아이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세상일이 다시 눈에 보인다. 이제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 한다. 부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평화 속에서 건강하고 즐겁기만을 바란다. 아이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으니까. 어른들의 욕심에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우리가 바라는 것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