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에 대한 코치적 단상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 님이 연기한 할머니 순자는 심장이 아픈 손자에게 "데이빗아, 너는 스트롱 보이야. 할머니가 본 사람 중에서 제일 스트롱 보이야!" 라면서 최고의 응원을 보낸다. 늘 부모로부터 "뛰지마~ 데이빗" 이란 말만 들으며 자라온 아이. '스트롱 보이'라는 말은 난생 처음 듣는다. 할머니 순자의 말이 씨가 된 것일까? 데이빗은 조금씩 자기 안에 있었던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데이빗은 진짜 스트롱 보이가 되어 할머니를 향해 두 팔을 힘껏 펼친다.
타인의 긍정적인 기대와 관심이 사람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특히, 부모나 교사, 상사와 같이 의미 있는 타인이 보내는 언어적 격려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만들고 강화시켜준다. 그런데, 이런 언어적 격려는 사람을 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이 부족하고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볼 때 비로소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이 가능해 진다. 심장이 아픈 데이빗이지만, 뛰고 싶은 의지와 능력에 대한 가능성은 누구보다 충만하다는 할머니 순자의 믿음이 보여준 위대한 결과이다.
할머니 순자는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아무나 뽑아 먹을 수 있다며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농장 근처 물가에 뿌렸다. 이국 땅에 적응하며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버티는 가족의 모습은 적당한 물만 있으면 탁한 물가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미나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탁월한 생존력을 가진 미나리라도 아무데서나 뿌리내리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일까? 이 가족들 역시 계속되는 실패와 좌절로 인해 농장의 채소들이 가뭄에 말라가듯 조각 조각 갈라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사업의 실패보다 더 쓰라린 것은 서로를 구해줄 것으로 믿었던 가족간의 갈등과 불화일 것이다.
해체 위기까지 갔던 가정에 다시 희망을 준 것은 다름 아닌 할머니 순자가 심은 미나리이다. 희망이란 무엇인가? 희망은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만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잘 될거야~’ 라는 마음으로 그저 바라기만 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베트남 전쟁의 오랜 포로수용소 수감생활에서 살아남은 미국 해군 스톡데일 장군은 대책없는 낙관주의자들이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막연한 희망과 긍정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희망이란 그 일이 앞으로 잘 되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이면서 실행까지 이어지게 하는 ‘노력’의 과정이다. 아빠 제이콥은 할머니 순자의 미나리를 따면서 희망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닌, 누구보다 강한 아이 데이빗과 함께이다.
영화 <<미나리>>는 코칭과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희망이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다. 작디 작은 미나리 씨앗이 잘라도 잘라도 또 다시 자라나는 생명력을 지녔듯이 우리 인간 역시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그래서 삶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 좌절의 순간에도 희망을 찾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자. 원더풀 미나리는 바로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